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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누명’ 강기훈, 위법 수사 국가 배상 받는다…대법 “소멸시효 적용 안 돼”

‘유서대필 누명’ 강기훈, 위법 수사 국가 배상 받는다…대법 “소멸시효 적용 안 돼”

기사승인 2022. 11. 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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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사과정 국가배상책임 소멸시효 적용한 원심 지적
"중대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은 시효 적용 안돼"
반면 검사·감정인 소멸시효 완성 판단은 1·2심과 동일하게 유지
강기훈씨
강기훈씨 /연합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인 '유서 대필 사건'의 강기훈씨에게 소멸시효를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강씨와 강씨 가족들이 국가와 사건 담당 검사·감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에 대해 "과거사정리법 위헌 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장기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국가배상책임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본 부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적용되는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건 담당 검사와 필적 감정인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원심과 동일하게 결정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씨는 2심이 정한 금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국가로부터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심은 국가가 강씨에게 8억원, 아내 1억원, 두 동생 500만원씩, 강씨 부모(사망)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책정했다. 형사보상법에 따라 이미 결정된 형사보상금을 제외하고 부모 몫의 상속분을 더해 계산한 강씨의 실제 배상액은 6억8000만원 정도이다.

'유서 대필 사건'은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발생했다.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에게 분신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준 혐의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하지만 이후 사건에 결정적 증거인 필적감정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3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유서의 필적은 당시 분신자살했던 김씨 본인의 것임이 확인됐다.

이에 법원은 사건을 재심해 2015년 5월 강씨에게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 발생 24년만이었다.

강씨는 무죄가 확정된 뒤 국가와 당시 수사 담당 검사 및 국과수 감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으나 사건 당시 담당검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에서다.

2심에선 위조된 필적 감정서를 제출했던 국과수 문서감정인 김씨 역시 소멸시효 완성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고 이는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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