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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집값 추가 하락, 부동산 불패 재고할 기로

[장용동 칼럼] 집값 추가 하락, 부동산 불패 재고할 기로

기사승인 2023. 03.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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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낙폭이 둔화하면서 시장은 재차 상승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절벽에서도 오뚝이처럼 살아나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재차 주목받는 것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주택을 보유하고 10만 명 선에 이르는 중개업계, 그리고 수천 개에 달하는 주택건설사와 부동산 디벨로퍼를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금융권을 비롯해 심지어 언론들까지도 은근히 집값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부동산 불패는 국민과 국가 경제의 생존을 담보로 하는 개발 논리와 대마불사라는 거대 담론에 밀려 자유시장 경쟁 논리가 제대로 저항 한 번 해보지도 못한 결과다.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 대도시의 주거 편익과 사업성 등 온갖 이유로 인해 집값은 비록 일시적인 고비가 있었지만 이내 툭 털고 상승가도를 달렸다. 부동산의 부증성(不增性)과 자재,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통념도 한몫을 해왔다. 정부마다 반복되어온 부동산 부양책은 구제의 손길로 인식되고 그때마다 시장은 인위적으로 회복, 온 국민이 여기에 감전된 채 오직 자산투자에 빠져든 모양새다.

하지만 자산 버블은 터지기 마련이다. 지난 1992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작과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듯이 후유증은 실로 치명적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Robert j. Shiller)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가변적인 시대정신'으로 일축한다. 부동산 불패를 '비이성적인 사회적 전염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며 유동성을 키워 '냉혹한 시장원리에 부동산 시장을 열어둘 것"을 요구한다. 열린 시장을 통한 시장 민주화, 견제와 균형 메커니즘 작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수백만 건의 주택 압류 폭증 사태가 발생하고 패이매(Fannie Mae) 등 공공 모기지 파산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부양책 대신 자유시장에 맡긴 바 있다.

현재 우리의 부동산 시장에는 커다란 두 세력이 존재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 등을 요구하는 인위적 부양 세력과 시장에 맡겨 적어도 버블이 빠지도록 해야 한다는 자연 극복론자 등이 맞서고 있다. 전자 세력이 득세하면 집값은 회복 내지는 상승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집값은 다시 올라 여기에 기생해온 투기 세력과 정부에 기대여 몸집을 키워온 주택건설업계가 바로 부양의 제일 수혜자가 될 게 뻔하다. 역으로 자유시장 경쟁 논리로 부동산 시장 조정이 다소 길어진다면 버블 붕괴에 따른 피해는 우려되나 경제정의 실천에 한 발짝 다가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집값은 최소한 1년 이상 더 침체의 나락에서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집값은 연간 평균 20% 정도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금리 추세와 경기 침체, 소득 및 수요 감소 등으로 더 하락할 공산이 크다. 최근 4년 동안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더 떨어지는 게 옳다. 집값 하락을 결코 나쁘게만 볼일도 아니다. 주택가격이 소득 보다 하락한다면 경제적인 여유가 더 생기고 이는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새로운 집에 투자할 여력도 더 생길 수 있다. 집값이 올라야 건설경기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좋아진다는 논리는 경제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비롯해 밥값, 옷값, 통신료 등도 올라야 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세금으로 미분양아파트를 사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한 게 속이 시원하게 들리는 이유다.

심각한 후유증을 낳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련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은 신규주택 공급 과잉과 금융권과의 연계,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전망의 합작품이다. 공급자는 더 좋은 집을 더 싸게 만들어 수익을 올려야 옳다.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을 재테크 열풍으로 변질시켜온 우리 사회의 착각도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 역시 가격 부양보다 부동산 관련 규제와 금융 연계 시스템, 산업의 자생력을 위한 개혁 검토에 본격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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