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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분기점 넘긴 작품 안보인다...위기의 한국영화

손익분기점 넘긴 작품 안보인다...위기의 한국영화

기사승인 2023. 04. 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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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CGV 극장가/연합뉴스
한국영화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 들어 '교섭' '대외비' '유령'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존재감이 흐릿했다. 반면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해외영화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지난 21일 기준 박스오피스 톱10 가운데 한국 영화는 '리바운드' '킬링 로맨스' '웅남이' '소울메이트' 등 4편이다. '라비운드'가 누적관객수 52만 명을 겨우 넘겼다. '리바운드'보다 1주일 늦게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존 윅 4'는 누적관객수 91만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26.8%, 한국영화 관객 수 점유율은 25.1%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2020~2022년)을 제외하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3월 역대 최저치다. 올해 3월 한달간 한국영화 매출액은 215억원, 관객수는 187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영화 '황금기'였던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가 40.2%, 29.9%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기대됐던 한국영화가 받아든 신통치 않은 성적표다.

방학, 명절 등이 맞물린 연초 성수기 주도권이 완전히 해외영화로 넘어간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올빼미'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한국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2019년은 한국영화의 전성기로 꼽힌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5편이나 됐다. 이때 미래를 생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가 한창 호황일 때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지 못한 여파가 크다. 대작, 검증된 장르, 익숙한 감독들에게 집중됐다. 새로운 세대를 발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러다보니 관객은 바뀌었는데 영화계가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젊은 관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졌던 영화들이 뒤늦게 극장에 걸리며 관객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기와 유행을 놓친 작품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개봉하는 가운데 '한국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이에 따라 기대감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영화 관람료의 인상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확산도 영향을 끼쳤다. 영화관 3사는 코로나19 시국이었던 2020년 말부터 2022년에 걸쳐 경영난을 티켓가격을 2019년보다 4000원 인상했다. 현재 영화 티켓은 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다. 이로 인해 관객의 선택은 신중해졌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요즘 관객은 영화관에서 꼭 봐야할 가치가 있는 블록버스터를 찾고 있다. 여기에 OTT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며 대규모 투자가 영화보다는 OTT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의 위기에는 공급, 유통, 수용 측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제일 큰 건 OTT 서비스가 코로나19를 겪으며 대세가 됐다. 관객이 민첩하게, 적극적으로 이에 호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을 위한 투자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한국영화의 양적, 질적 성장이 둔화되고 다시 관객이 이를 외면하는 악순한이 반복 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달 동안 한국영화 기획이 10편조차 안 되는 상황을 두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부터는 극장에 걸만한 한국영화가 없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전망도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무엇보다 영화 관객의 전체 파이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관, 배급사, 제작사 등 업계가 관객을 위해 티켓 가격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황재현 전략지원담당은 "OTT 홀드백으로 넘어가는 기간이 짧이지고 있는데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더 좋을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관객이 극장에 머무를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 평론가는 "한국영화가 K-콘텐츠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만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티켓가격 지원 방안 등을 내놓는다면 한국영화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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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제공=바른손이앤에이
킬링로맨스
'킬링로맨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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