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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칼럼] 농업도 산업,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김은경 칼럼] 농업도 산업,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3. 09.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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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농지규제 걷어낼 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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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기술혁신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과 융복합을 촉진하고 있다. ICT에 기반한 기술혁신으로 인해 이제는 농지나 농민이 없어도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이제는 농지의 양적 보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전통농업에 접목하면 식량 안보를 달성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농업인구의 감소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다. 농민들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농사를 영위하면서 농업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농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농지와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농지규제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농업혁신의 장애요인이자 다양한 쟁점을 유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을 농업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혹은 농지규제 대상인지, 스마트팜 엔지니어는 농민인지, 도심빌딩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인도어 팜 공간은 농지인지 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인력 측면에서는 농업인만 임원이나 발기인이 될 수 있는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의 기준요건이 비농업계 출신 기술 인재들의 농업 진출을 어렵게 하여 농업에서의 기술혁신에 장애가 되고 있다.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기술의 연구개발과 함께 전통농업 시대에 설정된 기존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먼저 농업의 정의를 디지털 경제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농업 개념은 생산과 생산물의 관점에서 전통적인 농업을 주로 의미하여 신기술 산업으로서의 농업 발전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농업도 이제는 농업생태계 관점에서 정의되어야 한다. 실제 농업은 생산, 유통 및 음식료품 가공, 관련 서비스와 기술까지 포함하는 산업생태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토지에 기반한 생산만을 농업이라고 정의하면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불가능하다. 좀 더 광범위한 의미에서 농업생태계와 관련된 모든 부문을 망라하여 농업으로 정의하고 명시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특히 농업의 기술혁신과 농업 관련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농사'라는 생산 중심에서 유통 및 관광 등 다양한 업종이 농업과 농촌의 자생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업의 가치 사슬 전반을 포괄해야 한다. 농촌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농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농촌의 먹거리와 다양성을 확보하여 농촌 소멸에 대응할 수 있다.

농지의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 농지를 토지나 부지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농작물의 생산 공간으로 정의해야 농업기술의 혁신을 지원하고 육성할 수 있다. 농업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재배 방식이나 재배 기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농지의 개념이 확장되지 않으면 현행 스마트팜 문제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는 스마트팜을 장려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법적 제도가 미비하여 수직농장이나 스마트팜은 농지법상 농업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스마트팜을 타 용도 일시 사용 허가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허용한 일시 사용 기간이 끝나면 이를 농지로 원상 복구해야 하므로 비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영농활동이나 스마트팜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혁신이 급격하게 발생하면서 미래의 기술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규제로 인한 반복적인 문제 발생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스마트팜을 농업시설로 인정하고 농지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경작지에 설치하는 농축산물 생산시설에 신기술 농업인 디지털 농업, 정밀농업, 스마트팜, 식물공장 관련 시설 등을 포함하고, 스마트팜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도 농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농업의 기술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의 농지를 스마트화해야 한다. 기술 수준이 높은 테크기업과 기술 인재들이 스마트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농업법인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농업기술인 애그테크(AgTech)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애그테크는 디지털 경제 시대의 '신'농업정책을 선도하고, 융복합을 통해 농업을 첨단산업화하고 디지털화하여, 저탄소 시대의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기초 기술이다. 애그테크는 기술 주도의 영농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스마트팜의 기술적 기초가 된다. 농업 보호구역이나 농업진흥 지역 밖에 애그테크 허브를 조성하여 전통농업 기반의 농촌경제를 신기술 기반의 혁신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농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농지는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자산이다. 단지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와 기술혁신은 다른 방식으로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지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전통적인 방식의 농지 이용과 영농활동은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만들고 있다. 농업도 산업이고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에 맞는 기술집약적 농업으로의 발전을 위해 농지정책은 소극적인 양적 보전을 위한 규제에서 적극적인 농지 활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촌의 가장 큰 자산이자 기본 자산인 농지를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산업적 방식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농지규제개혁의 실질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부처별 칸막이를 극복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규제개혁 거버넌스도 필요하다. 농지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 간 협의를 위한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농업 경영인, 농지소유자, 임차인, 농민단체 등 다양한 농업 주체들의 직접적인 소통과 협의 강화가 필요하며 정부는 중개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경지는 줄고 농민은 고령화하여 노동력도 부족하다. 농업을 첨단산업화하고 디지털화하여 저탄소 시대의 신산업으로 전환해야 식량 안보와 농업의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하다. 디지털 경제 시대 농지정책의 방향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불합리한 농지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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