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5000억어치 미국산 무기 인도 수년째 무소식에 대만, 방산업 육성 나섰지만

WSJ "대만 미국산 무기 190억달러 계약...수년째 미인도"
"2020년 주문 대함미사일, 2029년 인도 예정"
"중국 침공시, 대만 90일 이내 패배"
대만 정부, 낙후 방산업 육성 나섰지만 연생산, 비축의 16분의 1

중국 군함이 2023년 6월 3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정훈함(DDG-93)에 접근하고 있다./사진=캐나다 '글로벌뉴스' 동영상 캡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무기 공급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중국의 잠재적 침략 가능성에 대한 대만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이 중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를 위해 약 190억달러(25조4550억원) 규모의 미국산 미사일·로켓 발사기, 그리고 기타 무기를 주문했는데 그 상당수의 인도가 수년째 이뤄지지 않아 중국의 침략이나 봉쇄에 대한 대만의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군사 분석가들과 전직 대만 국방부 관리들이 지적한다고 WSJ은 전했다.

대만은 자체 방위산업이 영세하기 때문에 제트 전투기부터 개조 해군 함정까지 모든 무기 구매로 군대를 무장하는데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대만군은 대만 주둔 소규모 미군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있다.

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및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때 체결된 대부분 방위 장비 계약이 관료적 지원, 특히 미국 방위산업 업체 생산 능력 제한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라이칭더(賴淸德) 민주진보당 후보(가운데)와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후보가 1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로 23억7000만달러(3조1800억원) 규모의 400기의 하푼 대함 미사일 및 관련 장비 구매 계약은 2020년 체결됐고,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에야 같은 수의 미사일 생산을 주문했는데 이 프로젝트 완료는 2029년 3월로 예정돼 있다고 WSJ은 전했다. 주문에서 인도까지 무려 9년이나 소요되는 것이다.

대만이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주문한 29기의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 MQ-9B 시가디언 드론·탱크·어뢰·미사일도 아직 인도되지 않고 있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라이칭더(賴淸德) 민주진보당 후보가 지난 13일 실시된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5월에 취임하는 상황은 중국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대만을 장악할 수 없는 단기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 군사전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규모 군사 개입이 없으면 대만이 90일 이내에 중국에 패배할 수 있다며 대만이 주문한 대부분의 무기를 인도받으면 중국의 빠른 승리를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2년 보고서에서 미국의 개입 없이 중국과 전면전을 할 경우 대만 포병부대의 탄약은 3개월 만에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지난해 9월 선보인 최초의 자국산 방어형 잠수함(IDS)을 비롯해 방위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왔고, 현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약 2%로 2배로 늘렸고, 2021년엔 자국산 대함 미사일·콜베트급 군함 등의 생산을 위해 약 87억달러(11조654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고 WSJ은 전했다.

대만 최대 방산업체인 국가중산과학기술연구원(NCSIST)는 미사일 생산을 늘리기로 했지만 국제적 고립과 미국 의존으로 인해 대만 방위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쑤즈윈(蘇紫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은 대만이 약 2000기의 대함 미사일과 4000기의 방공 미사일을 비축해야 한다고 보는데 국방 분석가들은 대만이 연간 약 120기의 대함 미사일과 그보다 약간 적은 수의 대공 미사일을 각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WSJ은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