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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KT&G 사장 선임마다 반복되는 사외이사 교체 목소리는 그만

[취재뒷담화] KT&G 사장 선임마다 반복되는 사외이사 교체 목소리는 그만

기사승인 2024. 02.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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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본사 전경
KT&G 본사 전경.
홍보의 고전인 '프로파간다'를 펴낸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협잡'(挾雜)으로 취급받던 선전을 '대중을 설득하는 과학'으로 인식시켰다. 1919년 '홍보' 사무실을 미국 뉴욕에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담배 홍보전문가였다. 담배 규제가 날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버네이스는 1929년 담배를 여성해방의 상징인 '자유의 횃불'로 브랜드화한 캠페인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아메리칸토바코의 담배 '럭키 스트라이크'를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비즈니스 홍보'의 태동은 아이러니하게도 담배라는 강도 높은 규제 상품을 정교하게 알리는 것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KT&G를 두고 불거지는 여러 가지 논란을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회사를 둘러싼 주요 논란들이 왜 하필 차기 사장 선임절차 중인 지금 나왔을까.

우선 이 회사는 사외이사 전문성 논란으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KT&G는 광고가 금지된 회사다. 따라서 사외이사로 광고대행사 대표를 뽑은 것은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

담배사업은 관계법령에 정한 엄격한 방식에 따라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홍보 전문성이 필요하다. 즉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정교한 소비자 소통이 있어야 한다.

실제 국내에서 담배를 알리는 방법은 편의점 등 소매점 내의 제한된 공간에 제품을 알리는 광고물 설치뿐이다. 잡지광고도 한정적인 횟수 안에서만 할 수 있다.

홍보 전문성은 규제수준이 높은 제한된 환경일수록 더욱 필요한 영역이다. 해외담배 시장으로 확장해보면 국가별로 규제수준에 발맞춰 보다 자유로운 광고 및 마케팅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 소비재 광고전문가의 조언은 필수다.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최근 KT&G는 사외이사의 해외출장 논란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차기 사장을 뽑는 중대한 시기에 불거진 논란인 만큼 전직 이사의 일탈에 대한 비난까지 현직 이사들이 감수해야 하는 모양새다.

KT&G는 일부 해외출장의 경우 2012년, 2014년 사례라며 현 사외이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사외이사 출장의 경우 규정에 따라 연 1회 일주일가량 약 680만원 수준의 숙박비와 경비를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 일주일 평균 경비만 해도 200만원이 넘는 시대다. 주로 인접국, 동남아 중심의 여행 수요가 대부분임을 고려하면 터키 등 유럽 등지로 떠나는 비즈니스 출장비로 이 금액이 크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미 KT&G의 해외 판매량은 국내를 훌쩍 뛰어넘었다. 글로벌 5위 담배회사의 사외이사에게 해외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일조차 '외유성'이라 칭한다면 과연 이들이 회사를 제대로 견제하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KT&G 사외이사들을 두고 흘러나오는 잡음들은 오히려 사장후보 선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 외유성 출장, 전문성 부족 등의 일방적 프레임 속에서 현직 사장 연임우선심사제도를 폐지하고, 사장후보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하는 등 공정성 제고에 힘쓴 이사회의 노력은 평가절하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사외이사는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해 선택한 사이외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 경영진의 재임시절 임명된 사외이사'라는 표현을 쓰며, 이사의 독립성을 비판하는 보도를 종종 접하게 된다. 주주를 무시하는 주장이다.

이들은 경영진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 아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뽑은 이사진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주를 제대로 대변하고, 공정한 잣대로 차기 사장후보를 선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사장 선임시기마다 현직 사외이사를 교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선진 기업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외풍과 여론몰이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건전한 자본시장 풍토의 정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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