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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성사 소남스님 “람림, 팔만대장경 핵심 담긴 책”

부산 광성사 소남스님 “람림, 팔만대장경 핵심 담긴 책”

기사승인 2024. 03. 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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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성사 주지로 람림 등 티베트불교 강의
"교학 배워 이치 깨달아야 진정한 신심 나와"
"람림, 불교 모든 수행의 체계 정확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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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성사 주지 게시 소남 걀첸스님이 법당에 모신 달라이 라마 사진 앞 법석에서 인사하고 있다. 한국에 귀화한 티베트인인 스님은 광성사에서 람림 등 티베트불교를 일반인에게 가르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부산 광성사는 대한민국 내 티베트사원이다. 티베트불교는 서울·울산 등 여러 지역에서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티베트 전통 양식의 단독 건물을 갖추고 티베트 스님들이 상주하면서 대중 교화하는 곳은 광성사가 유일하다.

광성사 주지 게시 소남 걀첸스님(라뙤 켄린뽀체·이하 소남스님)은 달라이 라마가 속한 티베트불교 최대 종파인 겔룩빠 승려다. 1971년 티벳 라싸에서 태어나 1986년 인도로 망명해 라뙤사원으로 출가해 달라이 라마 존자를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1992년에는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 존자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2000년 게시 하람빠(티베트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1년 규뙤 밀교사원에서 밀교를 수학한 뒤 2004년 낙람빠(밀교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2004년 8월 한국에 온 후 귀화해 광성사 주지를 맡아 '람림(보리도차제광론)' '입보리행론' 등 티베트불교 논서를 한국어로 강의하고 있다.

최근 광성사에서 만난 스님은 체계적인 교학을 배워서 이치를 깨달아야만 진정한 신심이 난다고 말했다. 또 람림이야 말로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담은 책으로 불자라면 꼭 볼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광성사에 오니 티베트 현지 사원에 온 것 같다.

"광성사는 한국 유일의 티베트식 법당이다. 우리는 티베트불교의 전통을 알리고 수행법을 전한다. 보면 알겠지만 과거 인도 최대 불교대학인 나란다대학 전통을 이어받았다. 나란다대학 17논사는 물론 쫑카빠 대사 제자 상까지 모셔놨다. 친절하게 한국말로 설명을 다 해놨으니까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직접와서 공부해보라. 불교에 대해 폭넓게 이해를 할 수 있다. 자율 보시로 운영되는 절로, 돈 걱정 없이 와서 공부하시라."

-달라이 라마 존자께 계를 받고 승려가 되셨는데 그분은 어떤 분인가.

"지구상에 진짜 관세음보살이 계신다면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까이 가서 뵈면 그분의 깊은 지혜와 자비를 느낄 수 있다. 존자님은 올해 89세로 고령임에도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다 들어주고 계신다. 그분이 걸어온 삶은 이미 영화와 책 등으로 많이 알려졌다."

-티베트불교에는 까규·닝마빠 등 여러 종파가 있는데 스님은 겔룩빠 승려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집안 환경이 겔룩빠로 이끌었다. 우리 집은 쫑카빠 대사님 상을 모셨다. 이모부는 겔룩빠 라뙤 사원 출신 승려로 있다 환속했다. 그분 자제들도 라뙤 사원에 출가했다. 보통 사람들은 어릴 때는 종교를 모르다가 커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종교를 갖게 된다. 다들 행복을 찾고 고통을 덜 받으려고 종교를 찾는다. 저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는 겔룩빠가 뭔지도 몰랐다. 다만 한국에 와보니 어렸을 때부터 사찰과 불교문화를 접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불자님들은 경전공부·기도·절·참선 등 수행은 열심히 하신다. 하지만 그분들의 손녀·손자들은 절을 찾지 않고 있다. 한국은 불교역사가 긴 나라인데 현재는 불교 인구가 줄고 있다. 불자들이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 주변 사람에게 불교를 전해야 한다."

-한국불교도 있는데 굳이 힘들게 티베트불교를 공부해야 하나.

"티베트불교·한국불교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부산 불교는 신심이 강하다 하는데 그건 부산 불자들이 신심이 강한 거지 부산 불교가 서울 불교와 다른 불교인 건 아니다. 그저 지역의 환경, 공부 방식, 언어가 다를 뿐이다. 다만 티베트불교의 특징이라면 나란다대학의 전통, 즉 교학과 하사도·중사도·상사도·밀교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수행법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티베트에선 교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것을 두고 '팔 없는 사람이 절벽을 오르려는 것'에 비유한다. 기도나 절 같은 일반적인 수행은 별도의 교학 공부 없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비심과 반야의 지혜를 얻으려면 반드시 교학을 깊이 파야 한다. 이치를 확실히 깨달아야 진정한 신심이 나온다. 불교도라면서 윤회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교리상 윤회가 없으면 성불·열반도 없다. 그러면 세속적으로 돈 벌고 잘 살면 최고다. 교학을 철저히 공부하면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스님이 생각하는 한국불교는.

"한국은 모든 종교가 있다 보니 종교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1700년의 불교 역사가 있어서 한국인에게는 불교의 DNA가 있다. 불자가 아니다, 무교라고 주장해도 이런 DNA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수라장, 다반사, 이판사판 같은 일상용어가 불교에서 나온 말 아닌가.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한국이 이렇게 잘 살게 된 것도 옛사람이 복을 지은 결과다. 아쉬운 건 지금은 잘 살고 똑똑해졌는데 다들 마음의 병이 들었다. 마음과 정신차원은 옛 사람들이 더 나은 것 같다. 우리가 이런 점은 생각해볼 부분이다."

-초펠스님이 편역한 람림의 증보판을 내고 관련 강의도 하신다. 람림을 강조하는 이유는.

"쫑카빠 대사께서는 까담빠 스승이신 아띠쌰 존자의 저서 보리도등론을 바탕으로 이른바 람림이라고 부르는 보리도차제광론을 쓰셨다. 보리도차제광론은 쫑카빠 대사의 다른 저작인 보리도차제약론·보리도차체집론과 함께 대·중·소 람림이라고도 불린다. 불교학자로 이름을 알린 고(故) 김성철 동국대 WISE캠퍼스 불교학과 명예교수는 책 하나만 소개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보리도차제광론'을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보리도차제광론은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추린 수행 지침서다. 이 안에는 초발심부터 미지막 성불에 이르기까지 수행의 모든 체계가 정확하게 담겼다. 팔만대장경을 다 공부하는 건 힘들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불자들에게 매우 소중한 논서다."

-불자라면 어떤 수행을 중시해야 하나.

"기도와 절, 금강경 독경 같은 이런 수행은 이미 한국불자들이 잘하고 있다.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즉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말을 강조하고 싶다. 불자 이전에 사람부터 되는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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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스님이 자신이 낸 람림(보리도차제광론) 증보판을 보여주고 있다. 소남스님은 초펠스님이 번역한 람림에 내용을 추가해 다시 증보판을 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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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나란다대학의 17논사도. 티베트불교는 인도 나란다대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성립됐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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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가 속한 겔룩빠의 창시자 쫑카빠 대사(가운데)와 두 명의 수제자 상. 부산 광성사는 겔룩빠에 속한 사원이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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