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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의대생들 “정원 늘리지 말라” 가처분 신청…법조계 “인용 어려워”

[의료대란] 의대생들 “정원 늘리지 말라” 가처분 신청…법조계 “인용 어려워”

기사승인 2024. 04.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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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강원대·제주대 시작…전국 지방 의대 32개로 확장
충북의대 학생회장 "증원 강행으로 학습권 침해 자명"
법조계 "가처분 아니여도 구제 가능…헌법소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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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지방 의대생들이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을 상대로 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채연 기자
지방 소재 의과대학 학생들이 각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내년도 입학전형 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증원 규모가 가장 큰 충북대를 시작으로 강원대·제주대에서도 가처분 신청이 완료됐으며 이번 주 안으로 서울 소재 8개 의대를 뺀 나머지 32개 의대들도 신청인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충북대 의대생은 22일 정부와 충북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충북대 총장이 의대 입학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려는 정부의 결정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서는 안되며, 나아가 총장이 시행계획을 변경할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충북대를 소유한 공법인인 대한민국과 그 대표인 충북대 총장은 의대생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입학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는 결정을 했고, 이로 인해 충북대 의대생들은 헌법 31조에 의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나아가 대학입학 전 형성된 충북대 의대 입학정원 및 교육의 질에 대한 기대이익을 침해했으므로 사법상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성 충북대 의대 학생회장은 "충북의대에는 당장 신입생 200명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으며 지금도 카데바(해부용 시신) 1구에 8명씩 붙어 해부 실습을 하고 있다"며 "증원 강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의학교육의 퇴보는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노정훈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공동비대위원장도 "학생들은 의학교육 당사자로서 의학 교육을 퇴보시키는 졸속적 증원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앞으로도 전국 의대생들은 우리의 의학교육 환경과 미래 의료를 지키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행정소송과 달리 민사 가처분 소송은 '권리 침해에 따른 긴급성'을 심사해 인용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원고 적격을 따지지 않는다"며 "4월 말 전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증원 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으로 이들에겐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잇따라 각하 판결했다.

이어 "민사 가처분이 기각되면 입시 요강이 발표되기 전인 5월 말까지 항고 등 법적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지켜본 뒤 다 같이 모아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본다. 의대생들이 증원으로 어떤 권리 침해를 입었는지 불명확할뿐더러, 굳이 이번 소송이 아니더라도 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권리 침해를 구제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될 때,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의대생 측이 주장하는 것은 권리 침해 정도가 크지 않고 회복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 학교나 정부가 추후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시급하게 '증원 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의대생 측이 낸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와 각 대학 총장이 지난해 4월 발표한 '2025입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신뢰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사법상 계약관계인 '재학계약'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국가와 총장이 아무런 동의 없이 대입 계획을 바꿔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고, 의대생의 헌법상 학습권과 '입학정원 및 교육의 질에 대한 기대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소송을 낸 의대생들은 '2023학년도' 계획을 믿고 왔기 때문에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이 달라져도 침해될 권리가 없다. 다소 학습의 질이 낮아질 수는 있으나, 이는 교수 증원 등 방법으로 이후 충분히 보완 가능하기 때문에 영구적인 학습권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동찬 변호사는 이병철 변호사가 예고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행정법원에서 연이어 '각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순 있지만, 인용될지는 미지수"라며 "헌법상 권리 침해가 있더라도, '증원 취소'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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