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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경찰 내 은밀한 매관매직…개선책 보다 심사승진 확대?

[아투탐사] 경찰 내 은밀한 매관매직…개선책 보다 심사승진 확대?

기사승인 2024. 05. 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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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5명, 뒷돈 주고 승진해 징역형 선고 후 파면
승진 댓가로 수천만원 받은 현직 총경, 압수수색 진행
승진비리 잇따르지만…여전히 개선책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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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남경찰청에서는 현직 경찰관 5명이 승진을 위해 뒷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2021년 각각 경정과 경감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인사권자인 전남경찰청장에게 인사 청탁 대가성 금품 1500~3000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심사승진 대상자 중 후순위였으나 주관적 점수인 지휘관 평가 등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난 1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부산경찰청 소속 총경과 지역 경찰관 2명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경찰관 2명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승진을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승진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국민 신뢰 회복 차원에서도 개선책이 마련돼야 마땅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6일까지 올 상반기 배치된 전국 모든 경찰서와 기동순찰대의 경감급 계·팀장 1만3천8명을 대상으로 보직인사 감사를 벌였다. 경찰이 경감급 관리자 보직인사 실태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당시 감사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잇따라 발생한 승진 비리와 관련해 "한 단계 진보된 인사 개선안을 내 외부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해 연말 인사부터 적용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임기 2개월여를 남겨둔 윤 청장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 내부에선 지금의 불투명한 인사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남경찰직장협의회는 "그동안 승진 인사에 뒷돈이 오간다는 말들이 소문으로 무성했다"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고 경찰 조직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승진비리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을 일부 개정해 경정 이하 계급의 심사승진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비율이 각각 50%였으나 2026년까지 심사승진 비율을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시험승진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 공평하지만 일부 직원들이 시험에만 몰두해 업무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부서마다 시험승진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반면 심사승진은 연도별 근무성적, 소속기관장의 평가 등을 반영하지만 주관적 요소가 많아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자칫 업무 능력보다 상급자에게 잘 보여야 진급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우려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인사 비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근무평가 시스템의 주관적인 요소 개입, 즉 결재권자가 마음대로 평가하는 방식"이라며 "심사승진을 고집할 경우 과열 경쟁을 유발해 결국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은 "지휘관 한 사람에 의해 승진의 당락이 결정되다보니 이런 참담한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도 근무평가권자에게 잘 보이려고 줄을 서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년 승진 심사 방식 등 제도 개선 과제가 이슈"라며 "승진 인원이 위로 갈수록 적어지다보니 경쟁이 과도해져 그런 것 같다. 연초 감사를 진행한 뒤 현재 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과 관련해 현장 의견을 들어보고 추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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