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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파과’의 女킬러, 처음엔 마뜩잖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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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5. 06. 13:15

비현실적인 측면 강한 캐릭터에 출연 제의 거절
액션 연기 23년만에 재도전…늑골 골절상 입어
최민식·한석규 멜로 러브콜은 "고민후 결정할래"
이혜영
이혜영은 영화 '파과'의 홍보를 위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 영화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의 상대역으로만 수동적으로 존재했다"며 "이를 이겨내고 성별을 떠나 한 인간으로 살아남는데 집중했었다"고 배우로서의 지난 날을 되돌아봤다./제공=뉴(NEW)·수필름
산전수전 심지어 공중전까지 겪은 경력 45년의 베테랑 배우에게도 긴장되는 상황과 어려운 자리가 있다. 영화 '파과'의 홍보를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혜영은 "지난 2월 제7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기세가 등등했는데 지금은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며 "또 스타가 된 건지 아니면 세상이 바뀐건지 이렇게 많은 기자들과 한꺼번에 만나는 것도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파과'는 한 마디로 이혜영의, 이혜영을 위한, 이혜영에 의한 영화다. 작가 구병모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에서 이혜영은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전설의 킬러 '조각' 역을 맡아, 촬영중 늑골이 3개나 부러졌을 정도로 강도높은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지난 5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22만5000여명으로 같은 날 공개된 개봉한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마블 신작 '썬더볼츠*'에 다소 밀리고 있지만, 완성도와 화제성 만큼은 단연 으뜸이다.

이혜영
이혜영이 '파과'에서 연기하는 주인공 '조각'은 방역회사로 위장한 살인 청부 회사의 일원으로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베테랑 킬러임에도 세월의 흐름에 점차 무너져간다./제공=뉴(NEW)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무려 23년만에 액션물로 돌아온 이혜영은 "'피도…' 촬영을 앞두고 당시 함께 출연한 정두홍 무술감독한테 강훈련을 받았던 걸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어 액션 연기가 아주 어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난 원래 모든 게 굼뜬 사람인데다 나이까지 먹어 모든 액션 장면이 힘들었다. 스턴트 대역을 했던 후배가 내 느린 신체 반응 속도를 맞추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극중 '조각'은 벌레처럼 '쓸모 없는' 인간들을 처리하는 '쓸모 있는' 살인 청부 업자란 점에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60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고혹적인 분위기로 또래의 여느 여성 연기자들과 달리 평범한 엄마 역에 좀처럼 머무르지 않는 이혜영에게는 어쩌면 '맞춤옷'마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나서는 마뜩지 않았다. '조각'이란 인물 자체가 수수께끼처럼 느껴져 연기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왠지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을 것같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비현실적인 측면에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또 연출자인 민규동 감독에 대한 오랜 호감과 궁금증도 (출연 승낙에) 한몫했습니다. (민 감독의 초기작인)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보면서 제 평생의 꿈인 뮤지컬 영화를 연출하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던 민 감독이 찍는 액션 영화는 과연 어떨까 싶었죠."

이렇듯 어려운 산을 넘고 나니 최민식과 한석규의 멜로 러브콜에 응할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최민식은 연극 무대에서 함께 고생했던 1962년생 동갑내기 동료로, 한석규는 한 동네 이웃사촌으로 모두 평소 가까운 사이지만 멜로 파트너로는 이상하게 내키지 않아 제안 수락을 계속 미뤄왔다. 이혜영은 "두 분 다 지금도 날 여러 작품에 추천한다고 하더라.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그래도 멜로물로 호흡을 맞추는 건 조금 어색해 피해왔는데 앞으론 진심으로 고민해봐야 겠다"고 귀띔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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