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들이 조단역으로 합세해 선보이는 코믹 연기 재미 더해
베니시오 델 토로 주인공 캐스팅은 절묘한 신의 한수…28일 개봉
|
28일 개봉할 '페니키안 스킴'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막 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란 점에서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올해 56세인 앤더슨 감독은 데뷔작 '바틀 로켓'부터 '로얄 테넌바움'과 '문라이즈 킹덤'을 거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자신만의 인장을 진하게 남기기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 작가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유머를 쏟아내지만 알고 보면 은근히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등장인물들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첫 장면만 보더라도 '아!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이 만들었네'란 생각이 들게 하는 독특한 색감의 인공미 가득한 미장센 등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들 요소는 되풀이해 돕씹어 볼수록 해석할 거리가 많아, 영화를 만들거나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
앤더슨 감독의 이 같은 특징들은 '페니키안 스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톰 행크스를 필두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브라이언 크랜스턴, 마티유 아말릭, 스칼렛 요한슨 등 한 영화로 좀처럼 뭉치기 어려운 연기파 배우들이 조단역을 나눠맡아 흑백 무성 영화속 캐릭터들처럼 절제된 '몸개그'를 합작하고 썰렁한 입담을 마구 쏟아낸다. 또 전작들에 비해 인물들의 활동 무대는 넓어졌지만, 카메라의 움직임을 극도로 배제하는 고전적인 영상 미학은 역시나 아기자기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돋보이는 신의 한수는 베니시오 델 토로의 코믹 캐릭터 변신이다. '시카리오' 시리즈 등과 같은 마초적인 액션물에서 유독 빛을 발하던 델 토로만의 살기 어린 눈빛과 위압적인 몸놀림이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걸 보면 영화에서 감독의 용병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극장에 가도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아우성 치는 요즘, 가장 '영화다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먼저 선순환 구축에 나서보면 어떨까 싶다. 소비자들의 훌륭한 안목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좋은 제품이 많이 만들어져야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법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