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생계유지 어려운 직종에 내몰려"
FT "미 일자리 감소...트럼프 관세로 비용 증가·확장 계획 추진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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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더 많은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다른 직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공식 실업률은 4.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채용이 크게 둔화한 시기에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찾은 이들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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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시장 불안정, 원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 생계유지 어려운 직종에 내몰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역 분쟁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미국 산업 부문들이 채용을 급격히 중단하고, 많은 경우 근로자를 해고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노동시장의 성장이 서서히 멈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 전문가 전망치(7만5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6월 일자리는 기존 발표치 '1만4000명 증가'에서 '1만3000명 감소'로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정규직을 원하지만,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들과 구직 포기자를 포함한 별도의 실업률은 8월 8.1%로 거의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수치는 팬데믹 때인 2020년 4월 22.9%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1년 11월 7.7% 등 2022년 12월 6.6%로 저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상승해 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직 후 자리를 찾아 재기할 기회를 얻는 데 있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1년 전 5명 중 1명에 가까웠던 최소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구직자가 지금은 4명 중 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많은 구직자가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시간제 일자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은 가족 돌봄, 학업 참여를 위한 추가 시간이 필요하거나 단순히 직장 생활에 시간을 덜 할애하는 걸 선호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부득이하게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 일정 수준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더 오래 일하면서도 소득 감소와 함께 퇴직 저축 감소·복지 혜택 축소·경력 발전 기회 약화에 노출돼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링크드인의 미주 지역 경제 책임자인 코리 칸텐가는 "많은 고용주가 해고 대신 시간제 직위로 근무 시간을 줄여 노동 비용 상승을 관리해 왔다"며 "지난 3년간 사이트 내 시간제 일자리 공고가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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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부 "8월 일자리,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55.4%, 전월 대비 2.8p ↓"
미국 제조업·도소매업·에너지 산업 등 여러 부문에서 최근 몇달간 대규모 일자리 감소가 발생했는데, 경영진들은 이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확장 계획 추진을 어렵게 만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지목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과 외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급증해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일부 경영진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FT는 알렸다.
루즈벨트연구소의 마이클 매도위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은 노동력 공급 문제가 아니라 수요 감소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급격한 정책 전환의 희생양"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9월(잠정치) 55.4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고 미국 미시간대가 12일 발표했다.
이는 상호관세 정책 발표(4월 2일) 직후인 5월(52.2)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소비자 심리지수가 보합권에 머물 것이라고 본 전문가 전망(58.1·다우존스 집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재정 후원자인 미국 석유 산업도 관세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관세로 철강 및 장비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이 감소하면서 원유 가격 하락의 압박을 가중시킨 것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1월 이후 최소 4000명이 석유 산업을 떠났는데, 이는 2021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일자리 감소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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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노동시장 불안정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6~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높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14일 오전 5시 24분 31초(미국 동부시각·한국시각 오후 7시 24분 31초) 기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6.4%로 반영했다. 50bp 인하 가능성은 3.6%였고, 금리 동결 가능성은 없었다.
로이터통신도 8~11일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107명 중 무려 98%인 105명이 이달 25bp 인하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조사 때(61%)보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