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印 중심 '전력 인프라' 투자 속도
석유화학 부문 재편도 탄력 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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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미국, 인도 등 세계 무대에서 전력 인프라 중심의 사업 확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번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효성의 해외 투자·생산 확대 계획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부침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의 재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대법원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 관련 2심 결과인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했다. 조 회장은 2018년 기소된 이후 1심에서 일부 배임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주요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며 감형됐다 이번 확정 판결로 약 7년 9개월간 이어진 법적 공방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번 결정은 효성그룹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 조 회장 주도로 주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시기에 법적 불안 요인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효성은 현재 미국에서 전력망 재편 수요에 대응해 생산기반을 확대 중이다. 일단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공장은 조 회장이 직접 인수 결정을 내린 대표적 해외 투자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맞춰 효성의 변압기·차단기 수주가 늘고 있고, 현지 공급망 참여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 수출을 위한 국내 공장 증설도 결정했다. 회사는 지난달 경상남도 창원에 수출용 초고압차단기 전용 생산공장을 신축하고 관련 생산설비를 증설하기 위해 총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는 인도에도 현지 차단기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도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로 전력인프라 사업 확대를 비롯해 효성그룹 전반의 재정비도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효성그룹은 그룹 기반 사업인 섬유 및 화학소재 부문에서 공급과잉 등에 따라 부침을 겪고 있다.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재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으로 조 회장의 결단이 중요해졌다.
아울러 최근 세계 정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조 회장의 '민간 외교'도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글로벌 행보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글로벌 정·재계에서 탄탄한 인맥을 확보한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국 명문학교인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는 법학 석사과정도 밟으면서 폭넓은 교류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올해도 개인적인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최근 불확실한 국제 통상무역 환경에서의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현재 일본 출장 중으로, 전날 열린 TED 대화 프로그램에서도 에너지 협력 관련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한일 수교 60주년 경제협력 행사에서도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에너지·소재 분야 공급망 복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효성이 전력 인프라·소재 분야에서 협력 여지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