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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 동구도 이 진실에서 멀지 않다. 지난 3년간 동구에서 발생한 4584건의 교통사고 중 야간·우천 사고만 798건에 달한다. 나는 지난 본회의에서 이를 '스텔스 차선'이라 규정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은 단순한 도색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의 생명선이 희미해지는 문제였다.
동구의 도로는 비가 오면 차선이 금세 사라지고, 밤이면 불빛이 번져 방향조차 흐려지는 구간이 많았다. 이는 특정 운전자의 경험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공유해 온 구조적 위험의 징후였다.
전국에서도 비슷한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빗길에 차선을 보지 못해 충돌이 일어났고, 강원도에서는 반사 기능이 떨어진 도로에서 연쇄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문제를 두고 타 도시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서울·울산은 차선 반사 성능을 높였고, 경기·화성은 AI 기반 마모 탐지로 위험을 예측했다. 구미는 LED 시선유도시설을 통해 야간 시야를 넓혔다. 기술은 충분했고, 도시들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동구의 길은 오랜 시간 어둠 속에 남아 있었다. 반사 기능은 약했고, 도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경고는 있었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뎠다. 문제는 차선의 희미함이 아니라 변화의 의지가 희미해진 점이었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인근 경북수협 네거리는 동구 교통의 핵심 구간이다. 여러 차례 야간 현장을 확인했을 때, 빗물 속에서 차선은 금세 사라졌고 운전자의 판단도 흔들렸다. 이는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의 실체였다.
나는 이 구간을 발광형 노면표시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특별교부세를 신청했다. 주요 도로는 대구시 관리 대상이므로, 시비 확보가 이루어지면 사업은 더 큰 속도를 낼 것이다. 효과가 입증되면 팔공산 주요 도로 등 대구 전역으로 확장될 모델이 될 것이다.
길을 밝히는 일은 반복된 사고 구간을 먼저 직시하고, 예산을 '가능한 곳'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쓰는 데서 출발한다. 반사 기능 강화나 LED 표지병 같은 작지만 즉각적인 기술은 가장 빠르게 생명을 지키는 해법이다.
여기에 취약구간 조사, 데이터 기반 관리, 주민과의 투명한 소통이 더해져야 한다. 이것은 대책의 나열이 아니라, 안전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순자는 불색불류, 불지불행(不塞不流, 不止不行), '작은 틈을 막지 않으면 큰 강도 무너진다'고 했다. 동구의 차선 문제 역시 작은 틈에서 시작된 경고다.보이는 길을 만드는 작은 변화가, 결국 안전한 도시의 큰 길을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