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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여목성 동시다발 재건축…현대·삼성·GS 등 ‘선택과 집중’ 수싸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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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2. 24. 16:29

수조원 사업지 겹치자…건설사들, ‘현금 총량 관리’로 승부수
현대는 압구정 ‘올인’, GS는 ‘성수’ 필승…정반대 선택
삼성물산, 경쟁 강도 조절…핵심 프로젝트 분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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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임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수주 결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현대건설
서울 정비사업 핵심지로 불리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일대에서 조(兆) 단위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선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출혈 경쟁을 피하고 승산 있는 사업지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이른바 '핀셋 공략' 구도가 현장 설명회 참석 여부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의 행보는 '터 잡기'에 가깝다. 그간 공을 들였거나 자사 주거 브랜드의 상징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지역에 역량을 모으고, 대규모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사업지는 과감히 비켜서는 것이다. 수주전이 '쩐의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서울 핵심지에서 쏟아질 약 80조원 규모의 일감을 앞두고, 현재 90% 초중반대에 달하는 고원가율 상황을 고려해 시공사 입찰에 투입되는 초기 현금 총량을 3000억~4000억원으로 제한하는 '유동성 상한선' 수싸움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 서울 압여목성 정비시장에서는 지역별로 △압구정 재건축(약 10조원) △성수 전략정비구역(7조원) △목동 재건축(7조원) △여의도 재건축(4조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 기준 대형사들의 평균 원가율이 93~95%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외형 성장이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10조원 규모의 재건축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현재의 원가율을 바탕으로 이익률을 5% 정도로 감안하면, 실제 손에 쥐는 영업익은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서울 핵심지의 입찰 보증금은 사업지당 500억원에서 1000억원에 달한다. 3~4곳 이상의 사업지에 동시 참여할 경우 단기간에 수천억원의 현금이 잠겨 재무 부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수주 전선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기보다, 승산 있는 사업지에 자금을 집중하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관계자는 "서울 핵심지라 해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거나 입찰 보증금 부담이 과한 곳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며 "자사 브랜드의 상징성이 가장 큰 곳에만 현금을 집중 투입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2조 대어'로 불린 성동구 '성수1지구 재개발' 입찰에 최종 불참했다. 수개월간 내부 검토를 거친 만큼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조합 운영 상황과 사업 추진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막판에 발을 뺐다. 그간 글로벌 설계사와 초고층 하이엔드 주거단지 청사진까지 준비했지만, 리스크 대비 수익성을 재점검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대신 압구정 재건축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같은 날 열린 압구정3구역과 5구역 현장 설명회에 모두 참석하며, 양 구역 동시 수주를 통한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 조성을 공식화했다. 이미 지난해 압구정2구역 시공권을 확보한 바 있어 압구정 일대를 현대건설의 독보적 브랜드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GS건설은 정반대 행보를 택했다.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에서 빠지면서 단독 응찰 가능성이 높아지자, 압구정 3·5구역 현장 설명회에는 모두 불참했다.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입찰 자격을 얻을 수 없는 만큼, 사실상 압구정 수주전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성수1지구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GS건설은 입찰 마감 하루 전 보증금 1000억원을 전액 현금 납부하고 단지명으로 '리베니크 자이'를 제시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물산은 '리스크 분산'에 방점을 찍었다. 압구정 5구역 설명회에는 참석했지만, 사업비만 7조원에 달하는 3구역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력한 경쟁자가 포진한 구역을 피해 경쟁 강도를 조절하는 대신, 입지 매력이 높은 사업지에서는 존재감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삼성물산은 곧장 서초구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압구정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신반포 등 한강변 핵심 사업지를 복수로 공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익성 기반의 선별 수주 기조가 올해를 지나며 정비사업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금리 기조 속에서 자본 조달 비용이 수주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만큼, 기업별 재무 건전성 격차가 향후 정비사업 시장의 수주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또한 적지 않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부동산 PF는 여전히 민간 건설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부실 PF를 얼마나 질서 있게 정리하느냐가 올해 민간 건설경기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인 만큼, 근본적인 리스크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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