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적자가구 비율은 더 높았다.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8.7%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높아지며 60%에 육박했다. 2년째 상승세다. 저소득층 열에 여섯은 적자살림이라는 의미다. 소득 2분위도 22.4%로 1.3%포인트 높아졌고, 3분위와 4분위는 각각 20.1%와 16.2%로, 역시 상승 추세다. 다만 소득 상위 20%인 5분위만 7.3%로 0.9%포인트 낮아졌다.
이자 부담도 가구의 지출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비소비지출 가운데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3000원(
11.0%) 증가했다. 이자비용 규모는 분기 통계가 작성된 2019년 이후 4분기 기준 가장 컸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품목별로 따져보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부문에서는 소비가 늘고, 그래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였음을 알 수 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4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은 2024년(3.5%)보다 둔화했고, 실질로는 1.1% 줄어 5년째 감소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거·수도·광열분야다. 연료비가 4.7% 늘었고, 월세 등 실제 주거비는 3.5% 뛰었다. 최근 한 부동산 정보업체 집계 결과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의 월세는 62만2000원, 관리비는 8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 대비 각각 2.0%, 5.1% 올랐다. 전세 물량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줄고 월세는 많이 오르는 현상이 대학가에서만 나타나는 일은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들어가 있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고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연기금 주식투자비중 확대 유도, 상법개정,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여러 정책을 펴 성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는 집에서 내몰리게 되는 세입자와 물가 상승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서민층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일차적 목적은 누구에게 고통 줄 것이냐보다 누구를 먼저 보듬어야 하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