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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콜센터, 원청과 직접 교섭 길 열렸다…노동부 첫 사용자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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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4. 08. 17:42

작업환경·감정노동 보호조치 개선 의제 한해 사용자성 인정
직접고용·임금구조 개선 등 나머지 의제는 자료 부족으로 판단 유보
태권도진흥재단 자회사는 부정…의제별로 원청 책임 범위 첫 제시
ChatGPT Image 2026년 4월 8일 오후 05_38_51
국세청의 외주 콜센터 상담원들이 국세청과의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았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국세청의 외주 콜센터 노동자들이 국세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 판단이 나왔다. 노동부가 내부 자문을 거쳐 중앙행정기관인 국세청의 일부 교섭 의제상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후 정부의 첫 사용자성 판단이다.

고용노동부는 8일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 자문을 거쳐 국세청 민간위탁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교섭의제 가운데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에 대해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은 국세청 홈택스 콜센터 노동자들이 지난달 10일 국세청을 상대로 교섭요구안을 보낸 뒤 이뤄졌다.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 따라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고, 같은 사업장이라도 교섭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노동부가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배경에는 업무 운영 구조가 놓여 있다. 국세청은 민간업체에 전화상담 업무를 위탁하면서 운영 장소와 시설·장비 일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수탁업체 종사자의 복리후생 시설과 관련해 개선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개선 여부와 범위, 시기를 실질적으로 결정해 온 것으로 판단됐다.

감정노동자 보호조치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를 국세청이 배타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노동부는 고객 응대에 필수적인 전산시스템, 전화상담망, 애플리케이션 등을 국세청이 관리하는 구조상 수탁업체가 민원 응대 방식이나 운영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결정·변경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 의제에 한해서는 국세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동부는 모든 교섭의제에 대해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직접고용 전환, 인공지능(AI) 도입 시 고용안정, 임금구조 개선 등 나머지 의제는 자료가 부족하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체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이 원청 사용자성을 일괄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정한 것이 아니라, 교섭의제별로 나눠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건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나온다.

반면 노동부는 공공기관인 태권도진흥재단의 자회사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자회사가 인사·조직·운영 전반에서 재량과 자율성을 보유하고 있고, 제출된 자료상 모회사가 자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제시한 '직접고용 전환'과 '모회사와 동일한 복리후생 적용' 등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모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단은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 구조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처음으로 공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노동부 자문은 행정해석 성격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고, 국세청이 이를 받아들이면 교섭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며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부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더 구체화하고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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