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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에 부착된 카드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 |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원으로, 전년 동기(42조3720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지난 2월(42조9888억원) 이후 13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해 다시 카드론을 일으키는 '카드론 대환대출'은 3월 말 1조49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1185억원) 증가했다. 상환 가능성이 떨어지는 악성 채무가 더 빨리 늘고 있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쓰는 자동차 담보대출도 급증했다. 5개 캐피탈 회사의 지난해말 차 담보대출 잔액은 2조8074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6% 늘었다. 지난 2월 말 저축은행의 차 담보대출 잔액이 2조3000억원 수준이었으므로, 2금융권의 차 담보대출 규모는 5조1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예금 등을 담보로 하는 대출도 늘었다. 5대 은행의 예금·청약 담보대출은 3월 말 6조2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4404억원) 증가했다. 돈에 목마른 서민들이 담보가 될만한 건 다 맡기고 돈을 빌리는 모양새다. 이런 대출은 서민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급전을 빌리는 통로로, 경기가 안 좋을 때 늘어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대출'이다. 금융감독원은 카드론 잔액이 늘어나자, 이것도 조이기 시작했다. 카드사별로 대출한도를 다시 설정해 전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엄격하게 하도록 통보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취급을 줄이거나 아예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불황형 대출 증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대출을 조이면 돈이 급한 서민들은 이보다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계나 불법 사채 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 고통이 심화하고, 대출을 계속해 주자니 부실을 키우는 꼴이어서 주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카드론을 일괄해서 막을 것이 아니라 상환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서 일시적 위기를 겪는 이들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상환 능력을 다양한 차원에서 재평가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또 채무자들이 돈을 상환하지 못하고 돌려막기를 하는 징후가 보이면 심사를 거쳐 일시적으로 금리를 낮춰주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는 사전 채무조정도 생각해 볼만하다. 아울러 범정부 차원에서 불황이 심화하지 않도록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분야를 포함해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경제 전반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면밀히 점검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