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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80년 영욕의 역사, 결국 사라지나”...통합 반대 여론 55% 넘겨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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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7. 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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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비효율 구조 개선·미래전 대비·전작권 회복 대비” 3대 개혁 불가피
NBS 여론조사 반대 55% vs 찬성 34%… 20대·30대서 반대 압도적
대전 자운대 ‘국군사관학교', 연내 설치법 제정 추진
0719 국군사+임관식
'자운대 국군사관학교 조감도(국방부 제공)'를 배경으로, 올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거행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이 거행되는 모습을 결합한 그래픽 / Gemini 생성이미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친 4년제 '국군사관학교(가칭)'를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공식화했다.

인구 절벽에 따른 상비병력 감소와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전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발표 당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반대 응답이 찬성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면서 정책 강행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스마트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방안'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새로 출범할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에 유치할 것"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공학 중심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비롯한 유수 민간·국방 연구기관이 밀집한 과학기술 심장부에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 왜 대전 자운대인가… 국방부가 내세운 3대 개혁 명분

안 장관은 사관학교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로 ▲ 각 군 사관학교 독립 운영에 따른 비효율 구조 ▲미래전 양상 변화에 대응한 교육체계 전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인재 양성을 꼽았다.

특히 비효율성과 관련해 "각 군 사관학교는 약 700명에서 1000명 규모로 종합대학의 단과대학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체 2900여 명의 생도 양성을 위해 3성 장군 3명을 포함한 7명의 장성과 3000여 명의 지원 인력을 유지하고 있어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자운대가 낙점된 배경으로는 카이스트(KAIST)·국방과학연구소(ADD)·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첨단 AI·유무인복합체계 교육과의 연계가 유리하다는 점이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 등 연구 인프라가 통합 사관학교의 첨단 무기 체계·정보기술(IT) 기반 군사 교육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경우 미래 국방 인재 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국방부는 자운대에서 청주 공군 비행교육장까지 약 40분, 평택 해군 2함대까지 약 1시간30분이 소요돼 해상·비행 실습 시 생도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함께 인정했다.


0719 국군사+임관식+이재명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 참석해 신임 장교들을 축하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애초 유력했던 '2+2 분산안'… 발표 직전 '4년 완전 통합'으로 선회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정부 내부에서 최종 발표 하루 전까지도 다른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정협의 전날인 15일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8학년도부터 서울 노원구 태릉 육사 부지에서 통합 사관학교를 과도기적으로 운영하다 자운대 시설이 완공되는 2032학년도(늦어도 2036학년도)에 본교를 이전하는 '2단계 설립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이 안에서는 1·2학년만 태릉에서 공통교육을 받고 3·4학년은 육군(태릉)·해군(창원 진해 해사)·공군(청주 공사)으로 나뉘어 전공 교육을 받는 '2+2 네트워크형 모델'이 유지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16일 공식 발표에서 정부는 생도의 자치활동 유지 등을 이유로 이 2+2 방식을 접고,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 과정을 자운대 단일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4년제 완전 통합안'으로 최종 선회했다.

국군사관학교 산하에 육군학부·해군학부·공군학부를 두고, 3·4학년도 자운대 내에서 각 군 특성화 교육을 받는 구조다. 즉 언론에 보도된 대로 "1·2학년은 AI 등 공통교육, 3·4학년은 각 군 심화교육"이라는 큰 틀 자체는 맞지만, 그 무대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운대라는 점이 하루 전 검토안과 달라진 대목이다.

또한 국방부 관계자는 자운대에 있는 육·해·공군대학(현 지휘관 교육기관)을 청주 공군사관학교로 옮겨 합동군사대학과 재통합하고, 육군 교육사령부·종합군수학교 등은 전남 장성 상무대로 옮겨 상무대를 '육군 교육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시설을 존치한 채 생도 훈련만 순환 연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련 기관 자체를 재배치하는 구조여서 향후 자운대·상무대·청주 간 기능 분담의 실제 그림은 세부 계획 발표 시점에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


◇ 신설 국군사관학교 정원·규모 팩트체크

정부가 밝힌 현행 각 군 사관학교의 한 학년당 모집 인원은 육사 330여 명, 공사 230여 명, 해사 170여 명으로 총 735명 수준이며, 정부는 이를 현행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구체적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다.

초대 국군사관학교 입학 시점과 통합 선발 방식도 16일 발표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매체는 2032년까지 1·2학년 공통교육용 본청·강의동을, 2036년까지 3·4학년 군별 교육시설을 완공한다고 보도했으나, 국방부의 공식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0719 삼사통합 반대.국회
지난 8일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육사 지방 이전 반대 궐기대회'에서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예비역 대령, 36기)이 마이크를 잡고 정부의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 / 사진=육사총동창회 제공
◇ 80년 '발상지 신화' 반발과 여론의 벽.....졸속 추진 비판과 압도적인 반대 여론

각 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통합 논의가 본격화한 지난 7월 초부터 "국군사관학교 통합은 국방개악"이라며 공동 반발에 나섰고,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도 "육·해·공군사관학교 졸속 통합은 안 된다"며 안규백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국방부는 기존 각 군 사관학교 시설과 기념 공간을 보존·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육사가 있는 화랑대를 '호국 성지'로 훼손해선 안 된다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론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각 군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약화되므로 통합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5%로 "합동작전 역량이 강화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34%)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특히 20대·30대에서 반대 응답이 각각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향후 일정

국방부는 국방교육개혁을 전담할 조직인 '첨단교육정책국'을 신설하고, 8월 초중순 공청회를 거쳐 오는 10월 세부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내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도 추진하며, 더불어민주당은 2027년도 예산부터 관련 사업비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방부 발표는 '어디에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했지만, '언제,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10월 세부계획으로 미뤄둔 상태다.

발표 하루 전까지 태릉 우선 출범·자운대 순차 이전이라는 절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다 4년 완전 통합으로 급선회한 정황은, 정책 결정 과정 자체가 막판까지 유동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과반의 반대 여론 속에서 입지와 학제 골격만 먼저 확정하고 세부 실행계획은 뒤로 미룬 방식이 '실질적 공론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해진 결론에 대한 사후 설명에 그칠지는 8월 공청회와 10월 마스터플랜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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