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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유산천 폐수 유출, 몰랐다는 말로 끝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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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8.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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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4
이철우 전국부 기자
양산 유산천이 회색빛으로 뒤덮이고 물고기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폐수를 배출한 업체는 아무것도 몰랐다. 경남 양산시가 지하 우수박스와 배수관로 약 900m를 사흘간 추적하고 적색 색소까지 투입한 뒤에야 유출원은 양산일반산업단지 내 D세제 제조업체로 확인됐다.

이 사고를 단순한 관로 파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폐수관이 낡아 새고, 오염 경로를 확인할 핵심 맨홀이 잡목과 풀에 뒤덮여 위치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면 이는 우연한 사고라기보다 예고된 관리 실패에 가깝다.

세탁·주방세제를 생산하는 D업체는 하루 평균 18∼28톤의 폐수를 배출한다. 적지 않은 양이다. 이 폐수가 전용 관로를 거쳐 공공폐수처리시설에 제대로 도달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사업자의 기본 책무다. 처리장에서 기준에 맞게 폐수를 처리했다는 것만으로 책임이 끝날 수는 없다. 사업장 밖 최종 처리시설에 도달하기 전에 폐수가 새어 하천으로 흘렀다면 배출 경로 전체의 관리 상태를 따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업체는 폐수가 유산천으로 유입되는 동안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관로의 누수 여부를 점검했는지, 맨홀을 언제 마지막으로 열어봤는지조차 의문이다. 맨홀이 잡초에 파묻혔다는 사실은 시설 관리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눈에 보이는 폐수처리시설만 관리하고 땅속 관로와 접합부는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양산시가 오염원을 찾아낸 과정은 집요했다. 직원들은 유산천과 연결된 지하박스에 직접 들어가 관로를 훑었고, 항공사진과 내부 자료를 대조해 업체 부지 안 맨홀을 찾아냈다. 업체의 설명만 믿지 않고 폐수처리수에 적색 색소를 섞어 흘려보낸 끝에 약 30분 뒤 하천 쪽 균열에서 붉은 물이 나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오염원을 찾아낸 수고와 책임을 묻는 일은 별개다. 양산시는 행정처분이나 수사 의뢰를 위해 고의·과실과 시설 관리 주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적 요건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의 방류가 아니었다'는 이유가 관리 책임까지 지워주는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폐수 배출업체가 관로의 노후화와 파손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살폈는지, 누수를 조기에 확인할 장치를 갖췄는지, 맨홀을 정상적으로 관리했는지는 고의 방류 여부와 구분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점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수십 톤의 폐수를 다루는 사업장이 "새는 줄 몰랐다"는 말로 책임에서 벗어난다면 환경 관리는 성립할 수 없다.

행정당국도 자유롭지 않다. D업체는 하루 폐수 배출량 50톤 미만인 5종 사업장으로 통상 연 1회 수준의 지도·점검을 받아왔다. 그런데 기존 점검에서는 지하 폐수관의 부식과 접합부 누수 가능성은 물론 맨홀의 관리 상태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도가 있어도 땅 위 시설만 훑고 지나간다면 점검은 서류상의 절차에 불과하다.

이번 사고는 폐수가 최종 처리시설에 도달하기 전까지 누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불분명한 관리 공백을 드러냈다. 양산시는 해당 관로의 사용을 중단시키고 폐수를 전량 위탁처리하도록 했다. 새 관로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의 유출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지만 이것으로 사건을 봉합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유출량과 기간, 하천 생태계 피해를 규명하고 노후 관로 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 사업장 내부 폐수관과 맨홀도 정기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누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업체의 관리 소홀 여부와 행정의 점검 부실 역시 끝까지 밝혀야 한다.

회색빛으로 변한 하천은 경고하고 있다. 폐수관은 땅속에 묻혀 있어도 관리 책임까지 묻히는 것은 아니다. 잡초에 가려진 맨홀처럼 책임마저 가려진다면 제2, 제3의 유산천 오염 사고는 시간문제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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