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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화물차 분양’으로 100% 수익 올리는 이상한 물류회사들

[아투탐사] ‘화물차 분양’으로 100% 수익 올리는 이상한 물류회사들

기사승인 2020. 11. 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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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화물차 분양사기 논란 2부작]
(상) 빚더미 화물차 기사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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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일감보장’으로 화물차 기사들을 유혹해 적자 수렁에 빠지게 하는 화물차 분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A물류, B물류처럼 정상적인 물류회사 간판을 달고 있는 업체들이 개인사업자인 화물차 기사를 상대로 화물차를 시가 보다 3~4배 높게 팔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안정적인 일감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물류회사와 계약한 화물기사들은 매달 화물차 할부금만 220~230만원씩 내면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물류회사를 가장한 이들 집단은 보통 수익의 대부분을 화물차 분양으로 올린다.

지난달 30일 서울에 사업장을 둔 A물류의 한 직원은 “화물차 기사들에게 안정적인 일감을 주면서 어떤 식으로 수익을 올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수익이 있어야 화물 기사들에게 수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화물차 분양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화물차 분양이 이들 집단의 유일한 수익 구조인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들은 화물차를 팔아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차를 갖고 있는 ‘지입 차량’ 기사와는 애초에 계약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차가 없거나 새로 차를 구매하려는 화물차 기사와만 계약을 진행한다. 지입 기사와 계약하면 이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수익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천안∼논산고속도서 화물차 추돌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음/연합
문제는 ‘화물차 분양’ 가격이다. 예상 가능한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은다. 약 3년 전 이런 식의 화물차 분양 사기를 당한 화물차 운전자 C씨는 지난달 31일 “안정적인 일감을 얻고 고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싶어서 화물차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아도 계약했었다”며 “하지만 1~2주 지나고 나니 물류회사 측에서 주는 일감이 확 줄어들었고, 일을 주더라도 말도 안 되는 동선을 짜서 주는 바람에 그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C씨는 원래 5톤 화물트럭을 중고차 시장에서 3000만원 중반대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B물류의 적극적인 수익 보장 제안에 끌려 물류회사에서 권하는 같은 모델, 같은 연식의 중고 화물차를 8000만원에 구매했다. C씨는 화물트럭을 완전 할부 형식으로 5년간 지불하는 조건으로 차 할부값만 월 200만원 정도 지불해야 했다.

C씨는 처음 일주일 간은 서울-구미, 서울-부산 간 화물 운송 경로를 제공 받고 나름대로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즈음부터 회사 내부 문제와 거래처 문제로 고정적인 일감을 주기 어렵다는 회사 측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회사는 C씨를 거의 방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피해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또다른 화물차 기사 D씨도 몇 년 전 마찬가지의 일을 당하고 거의 파산 직전에 몰렸다. 지난달 31일 D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두 명을 둔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었다는 D씨는 “정말 매달 나가는 차 할부값 200만원과 이동할 때마다 나오는 어마어마한 유류비도 상당한 부담이었다”며 “안정적인 일감을 바라고 계약한 건데 이런식으로 방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은 A물류, B물류 등과 같이 비단 소수 업체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물류 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이런 식의 ‘화물차 분양’ 수법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고, 화물차 기사들은 화물차 분양 빚더미에 앉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일로 국회 앞에서 시위를 했다는 화물차 기사 E씨는 1일 “피해자 열댓명이 모여 피해를 호소하고 관련법 개정을 위해 투쟁했다”며 “하지만 물류회사들의 강력한 로비 공세로 아직까지도 이런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접근한 F물류는 보다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벌였다. 1일 계약 직전에 자리를 뜬 기자에게 약 30분 뒤 다시 전화를 걸며 “우리는 매출보존제라는 것을 실시한다”며 “우리가 제공하는 일감이 없거나 하루를 쉬게 되면 1일 당 40만원을 수익 명목으로 준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1억3000만원에 달하는 화물차 값이 부담돼서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기자가 답하자 그는 “우리는 일감을 준다고 하고 방치하는 여타 다른 곳과는 정말 다른 곳”이라며 “정 불안하다면 내일이라도 오전에 방문해서 직접 선탑해 체험해보고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선탑이란 화물차 계약을 맺기 전에 기존 화물 기사와 동행하며 1박 2일 정도 하는 일을 미리 체험하는 것을 뜻한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선탑제도도 물류회사와 선탑을 담당하는 기사들 간에 이른바 ‘짬짜미’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일감을 보장받으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선탑 담당 기사의 말만 듣고 있자면, 계약하지 않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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