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더욱 치열하게 전개돼온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물밑 전쟁이 중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등에 업은 채 중국과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을 벌였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차이나 머니의 위력을 과시하는 중국의 품에 안기면서 미국이 두 손을 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었던 이른바 아시아회귀(Pivot to Asia) 정책 역시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정말 그런지는 최근 아세안 국가들의 너무나도 분명한 친중(親中), 원미(遠美) 정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의 3일 전언에 따르면 이중 총대를 가장 먼저 멘 국가는 필리핀이라고 해야 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달 18일부터 나흘 동안 취임 후 최초의 순방국인 중국을 방문, “양국 관계는 봄날”이라면서 미국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중국과는 오랫동안 앙숙 관계를 유지했던 베트남 역시 예사롭지 않다. 지난 달 22일 깜라인 만에 사상 최초로 중국 해군 함대의 기항을 허가한 것에 그치지 않고 2일에는 웅우옌 찌 빈 국방차관이 베이징을 방문,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과 불과 얼머 전까지만 해도 상상 못했던 양측 인적교류를 비롯한 국방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분위기도 대단히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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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정상회담 광경. 중국이 미국과의 남중국해 전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하다./제공=런민르바오(人民日報).
말레이시아라고 가만히 있을 까닭이 없다. 지난 1일 나집 라작 총리가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 철도, 에너지 등 28개 분야에 이르는 상호 협력에 합의하는 등 친중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캄보디아, 라오스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역시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중국에 추파를 보내고 있다. 이중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양국 정상 간 회담을 갖기로 중국과 조율 중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모두가 중국이 보유 중인 막강한 차이나 머니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필리핀에 당장 30억 달러의 차관을 흔쾌히 제공한 것에서 보듯 보따리를 풀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는 더 풀 가능성이 높다. 자국이 거국적 사업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해상 및 육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남중국해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그동안의 중미간 전쟁이 중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은 이제 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