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거대한 정부 조직과 맞서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해야 한다. 이런 행위가 사회주의 종주국 중국에서 일어난다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아니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일어나기가 쉽지도 않은 만큼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어나기는 했다. 허베이(河北)성 다창(大廠)현의 평범한 농민인 펑쥔(馮軍·50)씨가 이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베이징의 유력지인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원래 무장경찰 출신으로 현직에 있을 때만 해도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하나 있던 24세 때 딸을 낳은 죄(?)로 직업을 잃게 되면서 다소 삐딱해지게 됐다. 중학교밖에 나오지는 않았으나 왜 국가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직업을 잃은 이후 오리 등을 키우면서 고생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펑쥔 1
0
펑쥔 씨가 10여 년 전 사망한 딸의 무덤 앞에서 딸이 투병 생활 때 한 배우와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제공=베이징칭녠바오.
그러던 2007년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배우가 돼 돈을 많이 버는 게 꿈인 딸이 17세의 아까운 나이로 갑자기 발병한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는 기가 막혔다.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도 했다. 결과는 얼마 후 나왔다. 자신의 집 앞에 있던 공장 하나가 일으킨 수질 오염이 백혈병의 원인이 됐다는 결과였다.
그는 이후 백방으로 억울하게 죽은 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뛰어다녔다. 하지만 모든 게 허사였다. 공장이 배출한 오염수가 법에서 허용하는 기준치 이하였다는 보고서 내용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보고서 내용이 엉터리일 뿐 아니라 환경 당국의 묵인 하에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번에는 중앙 정부 부처인 환경부를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나섰다. 조작을 묵인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10일에는 베이징 펑타이(豊臺)구 우자(吳家)촌 소재의 베이징시 제1 중급법원 심판구에서 재판이 열렸다. 거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펑쥔 2
0
딸의 무덤 앞에 사진을 내려놓은 펑쥔 씨. 최근 재판을 이끌어내서 그런지 얼굴이 편안하다./제공=베이징칭녠바오.
그러나 그가 이 재판에서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원고는 중졸 학력의 그 한 명, 피고는 전문가 수준의 환경부 간부들 6명이니 설전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는 변호사도 없다. 하지만 의미는 대단하다고 해야 한다. 환경부 관리들을 법정에 끌어냈다는 사실만 해도 대단하니 말이다. 더구나 중국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나 시도는 가능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