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60% 가까운 압도적 지지로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는 드라마를 연출한 대만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채 1년도 안 돼 완전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취임한지도 이제 겨우 6개월이 넘었을 뿐인데 탄핵이라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지지율 역시 겨우 30%에 머물 정도로 형편없다. 이러다가는 탄핵이 되기도 전에 자진 사임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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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차이잉원 총통. 지난 1월의 총통 선거에서 압승했으나 지금은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제공=대만 롄허바오(聯合報).
현재 대만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런 전망은 정말 괜한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대만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12일 전언에 따르면 무엇보다 대만 경제의 현실이 예사롭지 않다. 잘 해야 올해 1%를 갓 넘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엉망이다. 기업들의 부도와 실업은 거의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벌써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경제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 성적표만 나쁜 것이 아니다. 차이 총통은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이라는 명예가 무색하게 민심도 잃고 있다. 이는 각종 정책의 실패에 따른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양안(兩岸) 정책 실패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공연히 처음부터 ‘하나의 중국’을 부르짖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한 탓에 일방적으로 중국에게 압박을 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만 시민들의 피로도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가고 있다. 민심을 얻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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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종종 일어나는 반 차이잉원 총통 시위. 차이 총통의 현 위상을 말해주는 듯하다./제공=대만 롄허바오.
일본 방사능 누출 지역 농산물과 육질 개선용 사료 첨가제가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등을 수입하는 결정을 내린 정책 역시 민심 하락을 불러온 요인으로 부족함이 없다. 거의 대부분 대만 시민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정책으로 손꼽힌다. 국민당의 경우 이런 민심을 등에 업고 일본 방사능 누출 지역 농산물 수입 반대를 위한 국민투표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5월 20일 취임 때 약속한 사법 및 연금 개혁에 대한 법안이 축소 통과된 것이나 법정 공휴일 축소 방침도 차이 총통이 사면초가에 내몰리는 원인으로 손색이 없다. 현재 분위기로는 만회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단언해도 좋다. 차이 총통이 빠르면 내년, 늦어도 2년 이내에 탄핵이 됐든 하야가 됐든 권좌에서 내려오는 운명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이에 대해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인 렁유청(冷有成) 씨는 “경제성장률이 계속 1% 전후에서 헤매면 차이 총통도 방법이 없다. 게다가 각종 잘못된 정책이 이 성적표의 원인이라면 진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차이 총통이 임기를 채우지 못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불과 11개월 전에 압도적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한 영웅이 일거에 비참한 신세가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대만에서도 정치는 확실히 움직이는 생물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