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의료 부조리가 무척 심각하다. 행태를 일일히 손꼽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그 정점에는 단연 병원 의사들과 제약회사의 부정한 물밑 거래로 오고가는 약값 리베이트가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최근 국영 CCTV(중국중앙방송)를 비롯한 언론에서 연일 이 부조리를 집중조명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렇지 않나 보인다.
중국 의료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25일 전언에 따르면 약값 리베이트 수수가 횡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들에게 의사의 약 처방이 절대적 권위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 제약회사들의 적극적 로비가 가세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리베이트가 수수될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구조가 완전히 정착돼 있는 것이다.
병원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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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심가에 자리한 한 병원의 약방 앞. 환자들이 한껏 가격이 부풀려진 약을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주로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같은 대도시의 대형 병원에서 이뤄지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A병원은 매년 내원 환자가 400만 명 전후에 이른다. 드물게 환자들의 신뢰를 받는 명문 병원에 해당한다. 문제는 약값이 환자들의 입원비보다 매출에 기형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전체 매출의 무려 45% 전후에 이른다. 이는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 병원 매출에서 차지하는 약값 비중이 10% 전후에 불과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약값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탓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차오양구 신위안리(新源里)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추이젠(崔箭) 씨는 “웬만한 대도시의 큰 병원은 약값이 시중 가격의 5∼10배 정도 한다. 원가는 말할 것도 없이 10% 이내라고 보면 된다. 제약업체로서는 엄청난 폭리를 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이 돈의 40∼50%는 약을 처방한 의사들의 손에 들어간다.”면서 중국 병원들의 진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 서민들의 입에서 “칸빙난, 칸빙구이(看病難, 看病貴)”, 즉 “병원 가기도 어렵고 병원비도 비싸다.”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다. 중국 의료계에 만연한 약값 리베이트 수수가 멀쩡한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의료 당국은 최근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위생부에서는 약값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대해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 뿌리뽑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도 있다. 그러나 거의 제도화된 약값 리베이트 수수가 근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료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외국에 비하면 여러모로 뒤떨어진 중국의 의료 시장이 약값 리베이트 수수 관행으로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 아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