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수교 이후 최악의 한해를 보낸 한중 관계는 올해 더욱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새해에는 더욱 심해지면 심해지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더구나 연말에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수호 의지를 분명히 천명함으로써 그럴 가능성은 보다 커지고 있다.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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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를 발표하는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제공=신화(新華)통신.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이 1일 일제히 보도한 시 총서기 겸 주석의 이 신년사가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자국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될 경우 바로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단호하게 “노!”라고 외치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생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로 보면 우선 자국의 주권에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는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대한 더욱 강력한 압박을 전망하는 것은 크게 무리하지 않다. 실제 베이징 주재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현재의 한한령(限韓令·한류 확산 제한령)이나 전세기 취항 거부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 부정적인 이들은 산업 전반에 걸쳐 무차별 전방위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한마디로 상황이 살벌하다는 말이 된다.
그래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진전이 없을 경우는 중국인들이 쑤옌자오(蘇岩礁)로 부르는 이어도에 대한 분쟁화에 나서지 말라는 법도 없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 이 문제를 크게 공론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팽행선이 유지되면 이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 총서기 겸 주석이 해양 권익 수호를 강조한 것도 어쩌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 경우 국제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나 월등하게 유리한 입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상당히 난처해진다. 게다가 독도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일본에 새로운 공격의 빌미도 제공하게 된다.
양국의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갈등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작심한 채 사달을 유도한다면 국제사회가 한국 손을 반드시 들어준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 정도 지경에까지 이르면 9월 수교 25주년을 맞는 양국의 관계는 단교만 하지 않았지 거의 파국이라는 말을 써도 과하지 않게 된다. 중국이 필리핀을 비롯한 주변 동남아 국가와 그동안 언제 그랬냐는 듯 밀접해지는 최근 상황과는 완전히 반대의 양상이 되는 것이다. 한국이 한번 덮치면 만회가 쉽지 않을 재앙을 막으려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