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공산당의 항일 역사 부각을 통한 애국주의 정신 고양을 위해 중일전쟁 발발 시점을 현재보다 6년 끌어올리기로 결정하는 역사 개정에 나선다. 이에 따라 중일전쟁은 현행의 1937년 루거우차오(蘆溝橋) 사건에서 1931년의 만주사변으로 발발 시점이 바뀌게 된다. 전체적 중일전쟁의 기간 역시 8년에서 14년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베이징의 유력지 신징바오(新京報)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의 기초교육2사(司·국)는 지난 3일 각 지방 당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런 원칙을 하달했다. 동시에 중국의 대일 항전을 기존의 ‘8년 항쟁’에서 ‘14년 항쟁’으로 바꿔 서술하도록 초중등학교의 교재에 대한 수정도 요구했다. 당국의 지시대로라면 이 내용은 올해 봄 학기부터 전면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기념비
0
랴오닝성 선양 류타오후 인근에 있는 만주사변 기념비. 중국 당국에 의해 중일전쟁의 시발점으로 위상이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그동안 중국에서는 루거우차오 사건으로 중일 양국 군대의 충돌이 일어난 1937년 7월 7일에서부터 일제가 항복한 1945년 8월 15일까지를 대일 항쟁 기간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관점은 1931년 9월 18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류탸오후(柳條湖) 부근에서 일본군이 건설중이던 남만 철도의 폭발로 시작된 만주사변을 중일전쟁 발발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당국과 역사학계에서 전쟁이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위원장의 선언에 의해 시작됐다는 기존의 일반적 개념에서 벗어나 공산당이 주도한 사건에서부터 불꽃이 타올랐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지난 2014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 행사를 통해서는 이런 입장이 공식화되기도 했다. 14개 방진 대열을 비롯해 14발의 예포, 140개 깃발, 1만4천개 풍선 등을 행사에 동원한 것은 중국의 이런 입장과 맥락을 같이 했다고 봐도 좋다.
이와는 달리 대만은 여전히 기존의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역시 시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 인식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주변 이해 당사국 및 지역에 또 다른 과제가 더 던져졌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