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집착은 사람을 종종 피도 눈물도 없게 만든다. 심지어 가족도 몰라보게 하는 경우도 없게 한다. 이런 불후의 진리가 중국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최근 한 전설의 화가가 유산으로 남긴 21억 위안(元·3500억 원)대 작품들의 소유권에 대한 가족 간 법적 분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것. 그것도 어머니와 자녀들의 분쟁이어서 양식 있는 이들을 씁스레하게 만들고 있다.
쉬린루
0
전설의 화가 쉬린루./제공=베이징천바오.
베이징의 유력지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사연은 정말 기가 막힌다. 지난 2012년 8월 9일 설명이 필요 없는 중화권 화단의 대가 치바이스(齊白石)의 제자로 유명한 쉬린루(許麟廬)라는 작가가 눈을 감는다. 향년 95세였으므로 자녀들은 호상이라는 생각에 크게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저 서로를 위로하면서 홀로 남은 어머니인 왕링원(王齡文·98) 씨를 어떻게 잘 모실까 하는 대책을 논의했을 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역시 화목한 가정이라는 칭송이 주위에서 쏟아졌다.
작품
0
쉬린루의 작품들. 평균 300만 위안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베이징천바오.
하지만 곧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자녀들이 아버지가 자신의 작품 72점에 대한 소유권을 부인 왕 씨에게 물려준다는 유서를 쓴 사실을 알고 집단 반발한 것이다. 작품 당 가격이 평균 300만 위안(5억1000만 원)이었으니 그럴 수는 있었다. 주위에서도 가족들끼리 잘 해결하면 원만하게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알았다. 가까운 지인들은 화해를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화가 난 왕 씨가 단 한 점도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부터는 일이 더욱 꼬였다. 급기야 자녀들은 2013년 초에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후 지리한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 보통 2심으로 끝나는 재판이 재심까지 합쳐 4심이나 열릴 정도였다.
최근 마무리된 이 사건의 판결은 냉정했다. 모든 유산에 대한 왕 씨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98세 노인이 21억 위안의 재산을 지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리한 소송으로 자녀들과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탓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나 이 정도 되면 차라리 없느나만 못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