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보복 차원에서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의 강도가 올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부분의 공중파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인터넷방송 플랫폼·포털 사이트에서까지 한류 콘텐츠가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책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그동안 활활 타오랐던 중국 내 한류의 불길이 완전히 사그러드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임당 빛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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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을 노리고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중국 포스터. 현재 상태로는 한한령을 뚫기 쉽지 않을 듯하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한류 관련 정보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만 해도 한류 콘텐츠는 그나마 나름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중파는 아니더라도 유명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와 유쿠(優酷) 등을 통해 방영되면서 높은 인기도 구가했다. 김우빈, 수지 주연 드라마인 ‘함부로 애틋하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유쿠에서 조회수 41억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었다. 이는 아이치이가 기록한 ‘태양의 후예’의 44억4000만뷰에 근접하는 대단한 기록이다. 한한령만 아니었다면 더 인기몰이를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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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한류 콘텐츠 중 하나였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메인 화면. 2017년 제작 분은 이제 중국 동영상 사이트로는 볼 수가 없다./제공=인터넷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지금은 아이치이와 유쿠에서도 올해 제작된 콘텐츠들의 접속이 차단돼 있다.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 등 어느 하나 예외가 없다. 한류 콘텐츠 전문의 ‘펑황톈스(鳳凰天使)TSKS한쥐서(韓劇社)’가 24일 “오늘부터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토로한 사실이 이런 분위기를 잘 대변하지 않나 싶다. 이에 대해 한류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롄이(蓮意)의 롄추훙(廉初紅) 사장은 “한한령은 실체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의 미래는 어둡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방송 포멧 또는 한국인 인력이 제작하는 중국 프로그램도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각지에 진출했던 PD들과 기술 인력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귀국을 하거나 다른 국가로 눈길을 돌리는 등의 각자도생에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한한령이 한중 간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실제로 이미 문학·출판·미술·음악 등의 분야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도 있다. 조수미, 백건우 두 거장의 중국 공연이 아무 이유 없이 취소된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더불어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 뷰티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한령이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조치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