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미국은 몰라도 동양권에서 백년 가는 정당을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정치에 관한 한 9단인 인간들이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은 한국의 정당사에서도 백년은커녕 10년도 못 간 수명의 정당이 태반인 사실을 상기할 경우 정말 그렇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점에서 살펴 보면 내후년 창당 백년을 맞는 대만의 국민당은 정말 특이한 존재라고 해야 한다.
당연히 파란만장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그동안 곡절도 많았다. 역사가 2년이나 더 짧은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쫓겨간 것이 가장 뼈아픈 상처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국민당은 대만에서 만큼은 상당 기간 동안 갑 중의 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상이 완전 엉망진창이라고 해야 한다. 정권을 대만의 민주진보당에게 빼앗긴 것에서도 모자라 지리멸렬이라는 말조차 과언이 아닌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의 총통 선거에서 주리룬(朱立倫) 후보가 상상 외의 득표율로 참패한 것은 무엇보다 이런 현실을 잘 말해주지 않나 보인다.
우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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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만 국민당 주석으로 선출된 우둔이가 당원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국민당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앞으로 짊어지게 됐다./제공=롄허바오(聯合報).
베이징 대만 소식통의 21일 전언에 의하면 이런 국민당이 전날 경선을 통해 당 주석을 다시 선출했다. 예상 대로 6 명의 후보 중 가장 경력이 뛰어난 우둔이(吳敦義·69) 전 부총통이 선출됐다. 자신 이외에는 국민당을 살릴 인물이 없다는 호소가 주효하지 않았나 보인다. 사실 정치인으로서의 그는 마잉주(馬英九) 총통 밑에서 이룰 것은 다 이룬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행정원장(총리에 해당)을 거쳐 부총통까지 지냈다. 남은 것은 총통 자리 뿐이다.
그러나 그는 2020년의 총통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주석으로 다시 나선 이유는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국민당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해야 한다. 다행히 그가 주석으로 선출된 날 총통 취임 1주년을 맞은 민주진보당 출신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현재 죽을 쑤고 있다. 하지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 차이 총통과 민진당의 자살골이 국민당이 재기하는 전기가 돼서는 곤란하다. 그러면 대만 전체가 불행해진다. 게다가 국민당이 마지막 기사회생의 기회를 맞아 자신의 능력으로 일어설 경우 완전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의 주석 취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