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간의 일정으로 방중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9일 양국 정상회담은 이른바 두루뭉술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것 같다. 양 정상이 베이징 인민대회담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확대정상회의까지 가진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음에도 알맹이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바로 생각날 정도라고 해도 좋다. 때문에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관련한 양국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려도 무방해 보인다.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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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제공=반관영 통신 중국신문(CNS).
이 단정은 양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의 내용을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9일 전언에 의하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굳건히 지지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라고 해야 한다. 기존의 양국이 주장하는 원론적 입장과 하나 다르지 않다. 튀는 발언을 할 것으로 전망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도 같은 범주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해결 방안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면서 시 총서기 겸 주석와의 회담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의 대화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에둘러 시사했다. 이와 관련, 런민(人民)대학 국제관계학원의 황다후이(黃大慧) 교수는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의 양국 해법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평화적 해결, 미국은 제재와 군사적 옵션을 통한 압박이다. 애초부터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공동성명의 알맹이가 없는 것이 별로 이상한 게 아니라고 분석했다.
물론 베이징의 또 다른 소식통에 의하면 양 정상이 공동성명에서는 발표하지 않은 은밀한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미국에서 종종 제기되는 이른바 빅딜이 대표적으로 꼽히지 않을까 보인다. 이는 시 총서기 겸 주석이 김정은 북한 정권의 붕괴에 적극 나서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주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시나리오로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빅딜의 추진 역시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닌 만큼 양 정상의 회담이 두루뭉술이었다는 시각은 크게 달라질 수 없을 듯하다.
협력 강화와 소통을 통해 양국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언급 역시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첫날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기업 간에 90억 달러(10조 원) 상당의 미국 제품 수입 계약 19건이 체결된 행사가 열린 것은 나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내내 예상 외로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내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럼에도 서로를 주적으로 보는 양국의 모든 현안에 대한 입장이 대부분 평행선을 달린다는 사실은 불변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