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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日 경제보복에 WTO 제소하면 승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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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19. 07. 0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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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3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토론회에서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가 발언 중 손 제스처를 하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지난 1일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자국산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군사 전용이 용이한 ‘리스트 규제품’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리지스트 등 핵심 소재 품목의 대(對) 한국 수출 및 제조기술 이전을 기존의 포괄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지난해 10월말 우리나라 대법원이 전범기업(미쓰비시중공업)에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경제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일본 역시 이날 산업정책 소관부처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를 통해 “수출관리 제도는 국제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되지만, 관계부처에서 검토한 결과 일한간 신뢰관계는 현저히 훼손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밝혀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과 무관치 않음을 자인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경제산업성이 발표했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역사문제를 통상문제와 관련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잡아떼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에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는데 이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며 “(수출규제는) 이 약속이 달라지면 어떻게 할까를 묻는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면에 아베 정권의 선거 승리라는 또다른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던 지난 4일은 일본 참의원 선거 공시일이기도 합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집권여당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를 시작한 날,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 주도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게 국내 정치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외교·정치적인 이유로 경제보복의 칼을 꺼내든 일본에 대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공식 발표된 직후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대사관 앞 규탄 기자회견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상업무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명백한 WTO 협정 위반이라며 불공정 무역행위로 제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통상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이슈를 수출규제와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를 특정국가에게만 적용시키는 것도 자유무역 정신에 기반해 출범한 WTO의 ‘상대국으로부터 차별 없는 시장접근을 의미하는 최혜국 대우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WTO 회원국 간 무역 시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수출입 물량 제한을 금지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1조를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게 통상분야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아베 총리 주도로 이뤄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수출입 물량을 제한하는 규제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남발하고 있는 관세부과보다 더 쉽게 국가간 무역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건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어느 정도냐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GATT 제11조를 위반했을 소지가 큰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변수로 꼽았습니다. 다시 말해 ‘적성국이나 테러세력 등으로 전략 물자가 흘러갈 수 있는’ 한국에게 ‘군사 목적 등으로 전용이 가능한 전략품목’인 반도체 소재 물질을 쉽게 수출하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억지주장일 뿐이지만, 좀더 냉정하게 보면 WTO에서 이에 대한 치열한 법적 논리 다툼이 전개될 경우 상황이 반드시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WTO의 기본 원칙을 어긋나는 통상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적인) 이유로 취한 경제보복 조치라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인 셈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법적 검토와 논리 개발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일본을 상대로 이를 입증해 소송을 승리로 이끌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분쟁에서 승리했던 경험자들이 다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관련 제소에 나설 것이란 점입니다. 정부는 지난 3일 일본을 WTO에 제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며, 그 실무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놓고 벌어진 일본과의 분쟁에서 역전승을 거둔 주역인 산업부 분쟁대응팀이 맡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부디 일본 정부가 내세운 경제보복 조치 이유의 부당함을 제대로 밝혀내 다시 한번 통쾌한 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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