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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에 반기를 들며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아들인 조 회장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이 원인이었다는 말도 있고,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호텔사업을 철수시키려 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명품 밀수 혐의·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받고 경영복귀를 기대했지만, 최근 그룹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국민들은 조 전 부사장이 동생과 시작한 진흙탕 싸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볼 뿐이다. 자신의 그룹 내 권리를 찾겠다는 행동에 ‘가타부타’할 이유는 없지만, 항공산업 불황에 따른 대한항공 실적 악화 등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을 보면 조 전 부사장의 행보에 ‘염치’가 없어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싶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은 5대양 6대주로 뻗어 나가는 대한민국 국적기와 대형 컨테이너선을 통해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는 언제부터인가 희미해졌고, 오히려 ‘땅콩’ ‘물컵’ ‘갑질’ ‘불법’이라는 말들이 인터넷 연관검색어처럼 한진그룹을 따라다니고 있다.
그 발단에는 ‘땅콩 회항’으로 연상되는 조 전 부사장이 있었고, 이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여기에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갑질’,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갑질언행’, 그리고 원정출산·밀수·불법고용 등 일반인이 보기에도 민망한 사건들이 한진가에서는 담쟁이덩굴처럼 줄줄이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수송보국의 정신도 온데 간데 사라졌다. 국민 신뢰도 함께 증발해 버렸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아내와 자식들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머리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한진가는 대한민국 재벌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이것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현재 한진가의 이미지다.
더 떨어질 것도 없을 것 같던 그룹 이미지가 이제는 ‘남매의 난’ ‘경영권 싸움’ ‘진흙탕 싸움’과 같은 막장 드라마를 표현할만한 단어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 동안 국민들은 경영권을 놓고 싸움하는 재벌들의 상황을 목도할 때 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형제 간 경영권 싸움에 대해 당사자들은 ‘회사를 망치지 않게 정상화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나름의 설명을 내놓지만, 국민들은 그저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갖기 위해 표출하는 ‘있는 자’의 욕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착함’과 ‘나쁨’이 아닌 ‘누가 덜 나쁘고, 누가 더 나쁜가’의 문제로 인식할 뿐이다.
이제 시작인 한진그룹 ‘남매의 난’도 다를게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단지 조 전 부사장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 전체가 대상일 것이다. 이 시선은 그 동안 쌓여있던 한진가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진가 3세들은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그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시작은 막장 드라마 같은 가족 간 싸움이 아닌 가족 간 신뢰와 화합에서 부터 일 것이다. 또한 2만명인 넘는 직원과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하는 국민이 그룹 성장의 근간이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은 경영성과를 보여줄 때 가장 빛이 난다. 지금의 한진가가 할 일은 낮은 자세에서 그룹 경영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재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형제 간 싸움이 아닌 ‘염치’있는 재벌의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