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율 문제로 명품 브랜드는 판매 어려울 수도
"공항 임대료 인하 등의 실질적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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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고의 판매가격·판매방식·브랜드업체와의 협의 등이 진행돼야 하는 만큼, 실제로 면세점 재고의 국내 판매는 빨라야 오는 6월이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업계는 이번 정부의 결정에 한 목소리로 환영하고 있다. 현금 흐름이 악화될 데로 악화된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만으로도 반길 일이라는 것이다.
◇3조원 재고 부담 면세점 업계 “한시름 놨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1월 2조248억원 대비 46.3%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 각 국의 한국인 관광객 입국제한 및 금지 조치가 확산되면서 여행수요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면세점 업계도 개점 휴업 상황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조차 힘들어지자 업계는 정부에 면세 재고에 대한 국내 판매 허가를 요청했고, 관세청은 29일 면세점이 재고를 수입 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대상은 6개월 이상 된 장기 재고로 한정된다. 현행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품은 재고를 폐기하거나 공급업자에게 반품해야만 한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의 재고 규모가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이번 정부의 조치로 표면적으로는 3조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세계디에프의 재고자산은 6370억원에 달했고, 면세품과 식음료가 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텔신라의 재고자산도 849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재고자산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가 업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예상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패션 상품과 같은 시즌 상품을 많이 다루는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재고 판매로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화장품과 같이 보관 기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품 비중이 높은 신라면세점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갖고 있는 숟가락이라도 팔아야 할 상황”이라며 “갈 길이 멀지만 빨리 재고를 처리해서 현금이 돌면 업체로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여행객이 없어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판로가 생겼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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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품 재고 판매는 일단 할인가격 등을 고려할 때 백화점보다는 아웃렛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면세점 업계는 이번 관세청의 조치가 실제로 현장에 반영되는 데는 최소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개월 이상의 재고 상품이 국내 판매 대상이고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기준만 정해졌을 뿐, 가격·판매채널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관세청·면세점업계·브랜드업체가 조율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에 판매되는 면세품에 대한 가격 책정 문제다. 면세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면제된 세금을 부과해야 하고, 명품 등 수입제품에 대해서는 수입 원가도 고려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6개월 이상 된 재고가 대상인 만큼 감가상각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도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재고에 대해 세금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이런 기준을 만들고 적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제품 브랜드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각 제품 브랜드에서 면세품의 내수 유통을 허락해 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면세품의 국내 판매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격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면세 재고는 면세점업계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반면, 백화점·아웃렛 등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해당 브랜드의 소유라는 점에서 판매수익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면세점 업계는 재고 판매 여부 뿐만 아니라 가격·물량 등의 조율도 진행해야 한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의 경우 재고 판매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이번 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체계적으로 마련된 글로벌 가격 정책이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할인된 가격에 자사 제품이 시장에 풀리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실제로 현장에서 면세 재고가 판매된다고 해도 상품 카테고리는 한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각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어느 수준까지 협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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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업계는 일단 환영하고 있지만,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인 만큼 실질적인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소 안정을 찾은 국내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유통업계 중 면세 사업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83.5%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확산되기 시작한 2월 입국객 수는 약 69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고,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는 약 10만명에 그치며 1년 전보다 77% 줄어드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면세점 방문객도 급격히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면세점 방문객(중복방문 반영)은 383만7445명을 기록했지만, 2월에는 175만4175명, 지난달에 58만7879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3월 412만6441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그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여파로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문제는 올 가을 이후 또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지금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단하기 조차 힘들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미증유의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임대료 인하 등의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공항 면세점의 월 임대료는 885억원,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부담 등을 고려해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우선협상권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도 임대료 기준을 매출 대비로 변경하는 등 해외 공항들은 임대료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반면 인천공항의 경우 임대료 책정 기준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