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MG_1516 | 0 | | 베트남에 첫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박충건 감독(오른쪽)과 호앙 쑤언 빈 선수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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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올림픽 금메달’, ‘60년 만의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베트남 스포츠의 역사적인 순간들은 모두 한국인 감독이 남겼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사격의 호앙 쑤언 빈 선수에게는 박충건 감독이 있었다. 베트남 축구 기록을 매 순간 새롭게 쓰며 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신화를 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히딩크’를 넘어서 ‘아시아의 히딩크’가 됐다. 2021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개최와 2021 도쿄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둔 베트남 국가대표팀에는 7명의 한국인 감독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박항서(축구)·박충건(사격)·심무엽(펜싱)·김선빈(양궁)·김길태(태권도)·박지운(골프)·조성동(체조) 감독이다.
◇ ‘신화를 쓰는 사나이’ 박항서 “베트남, 한국 지도자들에게 충분한 기회의 땅”
베트남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동남아 축구 맹주 자리로 올려놨다. 늘 태국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던 베트남 축구팀은 박 감독을 만난 이후 태국이 개최한 킹스컵에서 태국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고, 동남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 감독이 이뤄낸 성과는 단순한 축구 승리를 넘어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민족정신의 대도약이었다.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증하는 투자와 빠르게 발전하는 경제에 힘입어 부흥을 꿈꾸고 있는 베트남은 그간 ‘경제력 너머의 힘’을 측정하는 문화˙스포츠 부문에선 그에 비례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IMG_1086 | 0 | |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감독./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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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아시아투데이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축구는 경제 발전 속도를 따라 발전한다. 베트남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오죽하면 ‘킹스포츠’라 불리겠나. 발전속도도 빠를 것이고 가능성도 무척 높다. 현지에서도 기술분석이라든지 전문가들의 필요성을 점차 깨달아가고 있다. 베트남 축구시장의 메리트”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스포츠 한류’에 대해 “냉정하게 봤을 때 아직 ‘한류’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베트남은 자기 생각만 있다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곳이란 점이다. 도전의 기회가 있고 선점의 기회가 있다. 국민들의 기대가 높고, 여러모로 기대되는 나라”라고 꼽았다. 베트남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박 감독은 눈을 반짝이며 ‘베트남 정신’을 꼽았다. 선수들이 토론을 거쳐 도출해 낸 성공비결로, 단결˙자존심˙영리함˙불굴의 투지다. 박 감독은 “감독이 정확한 목표를 보여주고 솔선수범한다면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목표를 따라 매진하는 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 한국 감독들 선방하고 있는데…K-스포츠 밀어줄 역량 필요해
베트남 국가대표팀에는 박항서 감독을 포함, 총 7명의 한국인 지도자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최대 스포츠 시장으로 꼽히는 축구마저 한국인인 박항서 감독이 신화를 써가고 있건만, 베트남 축구협회 스폰서의 과반이 일본기업이다 못해 단 한 곳의 한국기업도 없다. 그나마 LS가 베트남 프로축구 연맹이 주관하는 1부 리그를 후원하고 있어 체면을 세웠다. 박항서 감독은 “재정이 넉넉한 프로축구 팀도 있지만 연고지 성(省)에서 도와줘야 할 정도로 어려운 팀들이 있다. 그런 팀들을 우리 한국 기업들이 후원함으로써 한국도 알리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제고하면서 또 베트남 사회에 일종의 환원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IMG_1492 | 0 | | 훈련 중인 베트남 사격 국가대표팀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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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포츠’인 축구 외 다른 종목은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비교적 대우가 좋다는 사격마저도 전자표적은 10m용 15개에 불과하다. 25m, 50m용은 전자표적도 없다. 국제 대회에 전자표적이 도입된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종이 표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김선빈 양궁 감독, 김길태 태권도 감독과 조성동 체조 감독도 열악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CJ가 그나마 김 감독과 대표팀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태권도 용품인 고가의 전자양말 같은 소모품은 김 감독이 선수들과 경기를 위해 사재를 털어가며 챙긴다. 그럼에도 감독들은 “환경을 탓할 순 없다. 저변이 좁고 환경이 열악하다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 선수들에게도, 감독들에게도 기회다. 한국인 감독이란 긍지를 가지고 임할뿐”이라 입을 모았다.
 | IMG_1828 | 0 | | 훈련 중인 베트남 체조 국가대표팀의 모습.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데다 한여름에도 에어컨도 없이 훈련하고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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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건 감독은 베트남 스포츠의 발전 가능성과 그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 감독은 “현재 베트남은 흡사 86~88년도 한국의 모습과 같다. 경제가 서서히 성장하고 있고 스포츠도 그에 따라 발전하고 있지만 환경은 아직 열악하다. 그 가운데 스포츠마케팅이 곧 싹틀 신생시장”이라며 “한국에서 들어가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수 배, 수십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베트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충건 감독도 ‘스포츠 한류’를 위해선 비즈니스와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지도자들이 맡으면 팀 성과도 좋고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도 뛰어나다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역사·문화 등 환경적인 공통점도 많고 인간적인 소통이 이뤄지며 체질개선이 이루어진다는 것”라며 “여기에 더해 한국인 지도자들이 있는 종목에 한국 기업들이 후원해 선수들에게 자신감도 심어주고 괄목할만한 성과도 낸다면 베트남 국민들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 doi | 0 | |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길태 태권도 감독(좌)과 김선빈 양궁감독(우측 노란색티)./제공=김길태·김선빈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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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2021년 SEA게임을 개최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남아시아 11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보다 더 큰 관심을 끈다.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이나 메달권 진출이 상대적으로 힘든데 비해 조건이 비슷한 11개국이 모여 결정적인 순간에 자국 선수들이 화면에 더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일부 주요 종목에서 ‘자존심’이 걸린 빅매치가 펼쳐진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베트남 내수 시장을 겨냥하는 한국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인 감독이 지도하는 종목의 선수들 유니폼에 한국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다고 상상해보라. 베트남 국민들 속으로 파고드는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 IMG_1505 | 0 | |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충건 감독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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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SEA게임에 앞서 베트남에선 또 다른 실험적인 영화가 개봉한다. 박충건 감독과 호앙 쑤언 빈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한 발(Vien dan cuoi cung)’이다. 대부분이 전쟁영화 혹은 코미디였던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이 한국 감독에게 돌아간 것이다. 현지에서도 기대와 호기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을 무릅쓰고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영화가 한·베 관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촉매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