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작용 커"
교육시민단체 등 1일 대통령실 앞 철회 기자회견
OECD 38개국 중 4개국만 만 5세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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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교육단체와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본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 정책발표를 갑자기 한 점뿐 아니라 교육적 부작용도 심각하고 국제적인 학제기준과도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교육단체 등은 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초등 입학 연령은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만 6세, 한국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입학하는데 이를 만5세로 1년 낮추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취학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전보다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전달 기간도 빨라져 현재 12년간의 교육 내용이 10년 정도면 충분하다고도 말했다.
교육부는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유아 돌봄 등 조기 교육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공교육 서비스 시기를 앞당겨 지역·소득 등에 따른 교육 격차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취업 결혼 출산 등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깔려 있다.
그러나 교육 관련단체와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적·경제적 피해 등 부작용이 크다며 비판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 등 국제적 학제기준과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제개편 방향에 대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 발달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교총은 "학제 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 수급의 대폭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현재도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한 살 많은 아이와 경쟁해야 하는 점 때문에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총은 국제적인 학제기준을 강조하며 "국제적 추세를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33개국 중 초등 취학연령이 4세인 경우가 1개국, 5세는 5개국뿐이다. 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38개 회원국 중 4개국만 초교 입학연령이 5세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청소년들을 직업 전선에 1년이라도 빨리 내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장과 기업의 가치에 매몰된 국정운영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령별 발달과정에 맞지 않는 교육 환경과 이에 적응하지 못해 받게 될 아이들의 교육적 부작용,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의 교육시민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연대'를 결성하고 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사립 유치원들 역시 학제개편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교육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과 연구 과정 없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느닷없이 발표했다"며 "만 5세 유아는 전체 유치원 유아의 40∼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유치원의 주요 교육 대상"이라며 "강경 추진한다면 정권 초기의 엉뚱하고 다급한 발상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돌봄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큰 상황이다. 유아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지역 맘카페와 단톡방에서는 '반대'를 외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맞벌이 학부모 황모 씨(38)는 "공론화 과정 없이 교육정책을 발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유치원은 오후 6시까지 아이들을 봐주지만 초등학교는 12시까지이고 돌봄 서비스를 따로 신청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이건 저출산 해법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파주의 학부모 이모 씨(42)는 "엄마들이 돌봄 때문에 유치원까지 직장 잘 다니다가 아이가 학교를 가면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방과 후 돌봄이 안 돼서 '학원 뺑뺑이'를 돌려 애들을 힘들게 하는데, 이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치 계산만으로 정책을 뚝딱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