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소리' '검은 웅덩이' 등 전시..."보다 확장된 작업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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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면이 흙으로 빚어진 설치작 '흙의 소리'가 마치 대지의 신 '가이아'(Gaia)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작품 한쪽에는 입구가 마련돼 그 거대한 인간의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한다. 동굴과도 같이 어두운 공간에서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이어 긴 계단과 복도를 지나면 거대한 흙벽이 펼쳐진다. 임옥상이 패널 32개를 짜 맞춘 세로 12m, 가로 12m의 대규모 설치작 '여기, 일어서는 땅'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 내 논에서 작업했다. 미술재료용으로 가공되어 정제된 흙이 아닌 진짜 흙, 생존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땅 흙을 마주한다. 장단평야 논에서 떠온 흙은 추수 후 땅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베고 남은 볏단의 아래 둥치, 농부와 농기계가 밟고 지나간 자국, 논에 내려앉은 이를 모를 생물들의 흔적, 그리고 여전히 배어있는 땅 냄새 등이 원초적인 무의식을 건드리는 듯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전은 민중미술, 리얼리즘으로 대표됐던 임옥상의 현재를 보여주는 전시다.
임옥상은 1950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04년과 2010년 베이징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에 초대됐다. 작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술관 밖' 참여프로그램, 설치, 퍼포먼스 등을 다수 기획·진행했다. 2000년대에는 공공미술, 공공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통의 계기를 구체화했다. 근래 들어서는 대지미술과 환경미술 등으로 작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관 6, 7전시실과 야외 전시마당에서 대규모 설치작 6점을 포함해 40여 점의 작품과 13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가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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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대형 구상 조각 '대지-어머니'도 눈길을 끈다. 철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마치 흙이 들려 일어나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임옥상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미술을 선택했을 뿐 어떤 특정한 무엇이 되기 위해 나를 속박하기 위한 도구로 미술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나를 과거에, 그 어떤 것으로 묶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임옥상의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중진 작가들의 현재를 짚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12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