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쌀 매입 의무화 땐 가격 뚝"
태국 등 해외서도 대부분 실패로 귀결
"농업인 고려한 충분한 논의 이뤄져야"
|
◇양곡법 개정…생산량만 늘고 쌀값 낮춘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쌀값 폭락을 막고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초과 생산량을 '3~5%'로, 가격 하락 폭을 '5~8%'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은 변함이 없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민들 입장에서는 기계화율이 높아 손이 덜 가는 쌀농사를 줄일 이유가 없어진다. 요건만 충족되면 남는 쌀은 모두 정부에서 수매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쌀 과잉생산으로 이어져 쌀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면 기존에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조금 더 쉬운 쌀농사를 지으려 할 것"이라며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농연)은 개정안이 시행돼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타작물 재배 지원책 포함)한다면 2023년 22만6000톤(t) 수준이던 쌀 초과 생산량이 2024년 32만3000t, 2026년 44만6000t, 2028년 54만2000t, 2030년 63만1000t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산지 쌀값(80㎏ 기준)은 2023년 18만626원에서 점차 낮아져 2024년 17만8326원, 2026년 17만7055원, 2028년 17만5162원, 2030년에는 17만2709원까지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비용은 2023년 5737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30년에는 1조4659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올해 쌀 재배면적 축소로 맞대응
정부는 양곡법 개정안 없이도 쌀 생산량 조절을 통해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8일 올해 벼 재배면적을 3만7000ha 줄이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벼 재배 면적이 70만㏊를 하회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벼 대신 콩과 가루쌀 등 식량안보에 도움이 되는 작물을 재배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용해 벼 재배면적을 1만6000ha 줄이고 지방자치단체와 농가가 맺는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 등으로 1만400ha를 감축할 예정이다. 농지은행 신규 비축농지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벼 재배면적도 2000ha 줄인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을 올해 목표치만큼 줄일 경우 수확기 산지 쌀값은 약 5% 상승하고 격리 비용은 44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유럽서 실패한 가격 지지 정책
양곡법 개정안과 같은 농산물 가격 지지 제도는 해외에서도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태국은 지난 2011년 시중 가격보다 50% 높은 가격에 쌀을 매입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태국의 쌀 생산량은 연 20% 이상 증가했고 이는 막대한 재정 손실로 이어졌다. 정부가 쌀을 매입해주니 농가들이 고품질이 아닌 다수확 품종 생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1962년 '유럽공동농업정책(CAP)'을 통해 버터·쇠고기 등의 최저 가격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는 생산 과잉, 가격 추가 하락, 농가소득 감소 등을 불러왔고 정부 재정은 크게 악화됐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한농연에 따르면 양곡법 시행으로 매년 쌀 수매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데 쌀값 지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쌀 가격이 하락한다면 예산 운용의 효용성을 고려해 개정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쌀에 대해 정책과 예산이 집중돼 있어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의 소외감도 클 것"이라며 "양곡법 개정에 앞서 전체 농업인들을 고려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