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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을 비롯해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는 물론 적어도 90년도 이전에 건설된 대규모 택지지구에 들어선 공동주택의 낡은 정도 등을 감안하면 재정비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곱게 단장한 외관이나 청결한 관리상태 등의 겉모습과 달리 이들 아파트단지의 내부 속사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차 문제만 해도 심각성을 넘어서 연일 전쟁상태다. 퇴근 시간만 되면 서로 주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이중 주차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도까지 점령상태다. 당시 가구당 주차기준이 각각 0.57~ 0.85대로 불과해 주차시설이 형편없이 모자라는 형국이다. 세대 내로 들어서면 누수 역시 심각한 상태다. 30년 정도가 흐르다 보니 결로와 누수로 벽체가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천정이 내려앉는 등 흉측한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창틀이 뒤틀려 닫치지 않고 층간소음과 녹물 역시 심각한 상태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데 심각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주택이 형편없이 모자라던 지난 90년대 지어진 수도권 1기 신도시나 택지개발지역에 들어선 공동주택을 서둘러 재정비에 나서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울러 30년 이상 지나면서 주택건설 여건이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재정비 시급성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넘친다. 주차장이나 층간소음 기준이 달라진 것도 변화이지만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정도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저출산으로 인한 어린이 감소, 삶의 질 향상에 따른 공간 및 시설의 고급화, 정보화와 인공지능 등 첨단시설의 보편화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다. 정주 여건이나 주거 환경은 지나온 세월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할 것이다. 예컨대 자율주행이 일반화된다면 주차장은 별 쓸모가 없다. 값싼 땅에 주차시설을 해놓고 필요할 때 차를 불러서 타면 된다.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한다면 보다 많은 가구 수를 건설한다는 것은 되레 빈집을 양산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앞으로는 보다 넓고 건강을 중시하는 쾌적한 주택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주에 1960~1970년대 건설한 일본의 뉴타운을 들러볼 기회가 있었다. 베드타운인 동경의 타마(多摩)신도시와 오사카의 센리(千里)뉴타운의 공동주택은 모두 1950~1960년 된 주택단지로 역시 재정비 사업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 10년 이상 사례를 모으고 검토하며 고심하는 일본 특유의 사업 추진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너무 장시간 검토도 문제지만 우리처럼 너무 단기간 내 관련 규정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재건축을 통해 젊은 가구가 30% 이상 늘어나고 있다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단순히 자산가치만으로 올드 타운의 재정비 사업을 바라볼 게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과 미래 지향적 삶의 질 확보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게 옳다.
머지않아 닥쳐올 인구감소와 저성장은 주택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빈집 시대를 야기할 것이다. 좀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된 신도시 정비사업이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으고 미래를 얘기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