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자를 위한 간화선...탁월한 지도에 '입소문'
'활구' '온몸으로 의심' 강조...명상과 간화선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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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전 나의 본래 모습은 뭔가' '내 몸을 이끄는 자는 누군가' 같은 화두에 의문을 품는 방식인 간화선은 선종(禪宗) 중심의 한국불교가 해온 대표적인 수행법 중 하나다.
17일 불교계에 따르면 안국선원장 수불스님(70)이 직접 지도하는 간화선 프로그램은 서울 종로구 안국선원에서는 이달 21일부터 27일까지, 부산 금정구 안국선원 본원에서는 8월 9일부터 8월 15일까지 각각 7일 동안 진행된다.
화두에 집중해서 본성을 찾는 간화선은 재가불자(일반 불교 신자)에게는 벅찬 공부란 인식이 강하다. 많은 사찰 선방(禪房)에서 수많은 스님이 정진하지만 화두를 타파했다는 소식은 드물고, 제대로 공부가 됐는지 점검해 줄 선지식(善知識·바른길로 인도할 스승) 또한 만나기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간화선 무용론(無用論)'부터 남방불교 수행법인 위빠사나나 티베트불교 수행 쪽으로 눈을 돌리는 스님과 재가불자가 적지 않다.
안국선원 간화선 프로그램은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고자 시작됐다. 선원장 수불스님은 포교 초기 선방에서 어른 스님이 제자들에게 선문답하면서 깨우침을 주는 '조사선(祖師禪)' 방식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곧 '간화선'으로 돌아섰다. 일상에 쫓기는 재가자를 대상으로 선방스님처럼 지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불스님은 중국 당송(唐宋)시대 쓰던 죽은 화두 대신 정말로 의심할 수 있는 활구(活句·살아있는 화두)를 사용한다면 일주일 안이라도 화두 타파가 가능해야 한다고 봤다. 수불스님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는 안국선원의 성장사가 보여준다. 1989년 10월 부산에서 문을 연 안국선원은 1996년 서울과 1999년 창원에, 최근에는 김해 율하에 선원을 열었다. 여기에 미국 LA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분원을 설립했다.
다른 사찰과 달리 안국선원 신도가 되려면 우선 간화선 프로그램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래야 법명을 받을 수 있고 신도회에 동참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참가자 중 일주일 안에 통과하는 사람은 잘해야 절반이다. 그럼에도 본성을 보고 자신이 달라지는 체험을 한 사람들의 신심은 강력했다. 안국선원 간화선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불스님이 지금까지 지도한 사람만 3만명이 넘는다. 프로그램 기간 참가자들은 울부짖거나, 지병이 사라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한다. 매번 탈락해도 통과를 위해 9번이나 도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선(禪)공부에 목마른 불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수불스님은 진짜로 의심하게 만드는 활구,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화두를 의심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간화선 수행의 핵심으로 봤다. 간화선의 가치에 대한 수불스님의 입장은 확고했다. 스님은 "견성(見性)으로 이끄는 화두란 장치를 정확히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간화선은 역대 조사들이 설계한 진리로 인도하는 방편"이라며 "활구가 아닌 사구를 잡고 있어서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불스님은 간화선과 명상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불교 수행을 명상의 아류 정도로 치부하는 일부 서구 학자들의 견해를 반박한 셈이다. 수불스님은 "비유를 들면 명상이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것이라면, 간화선은 흙탕물 자체를 흔들어서라도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가라앉힌 흙탕물은 흔들면 다시 일어나지만, 없애버리면 흔들어도 맑은 물결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즉 일시적 평온만 줄 뿐 번뇌가 남는 명상과 번뇌를 제거하는 선을 다른 차원으로 본 것이다. 마치 서양인 포교로 유명했던 화계사 조실 숭산스님이 명상기법 등을 외도선(外道禪)·범부선(凡夫禪)으로 평가절하하고 조사선을 최상승선(最上乘禪)로 표현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오랜 시간 수불스님을 지켜봤던 소설가 정찬주씨는 성철·법정스님과 더불어 수불스님을 한국불교의 고승으로 꼽았다. 간화선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관점은 물론 지도 역량 또한 있다고 본 것이다. 정 작가는 "조사선 위주인 한국 불교에서 간화선으로 일반인을 지도할 수 있는 분은 드물다. 수불스님이 바로 그분"이라며 "스님은 활구를 던질 수 있는 선지식이란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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