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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이후였다. 신제품 발표가 끝나고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진짜 소통이 시작되야 할 순간부터 민낯이 드러났다. 기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일부 민감한 질문도 있었다. 돌아온 답변은 대체적으로 애매모호했거나 동문서답식이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자신들이 강조하고 싶은 질문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면서 성의있게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제품 가격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질의응답은 양방향 소통의 장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신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에 그쳤다. 내용보다는 형식이,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중점을 맞춘 행사였다. 소통은 철저히 통제되고 제한됐다.
이날 행사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 기업이 연 공개 행사와 대조를 이뤘다. 온라인으로도 진행된 이 기업 행사는 국내 기업 행사와 비슷했지만 질의응답에서 보인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현장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왔다. 발표자는 일부 질문에 대해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실무자가 나서 발표자가 대답하지 않은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추가 설명을 했다.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왜 지금 말할 수 없는지도 정중히 밝혔다. 질문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기업은 늘 소통을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은 드물다. 특히 국내 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불편한 질문은 피하고 준비된 내용만을 전달하는 데 익숙하다. 질문마저 미리 짜놓고 예상 답변까지 통제하고 싶어한다. 이같은 방식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지 의문이다. 무선마이크를 착용하고, 영어를 중간중간 섞어가며 발표한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글로벌 기업의 소통 형식만 따라할 게 아니다. 민감한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않는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겠는가. 소통의 본질을 깨닫고 실천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