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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체 유통 시장에서 12%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이커머스는 절반이 넘는 5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소비 패턴은 오프라인이 아닌 모바일 중심으로 급변했고, 대형마트는 더 이상 유통의 중심이 아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형마트의 위기는 곧 입점 자영업자, 납품 중소기업, 근로자의 위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도 이들을 '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문제는 이 규제가 여전히 '을'을 위한 장치라는 명분 아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직영점이 아닌 SSM 가맹점, 즉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매장까지 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은 해당되지 않는데, SSM 가맹점은 왜 해당되는가. 같은 '간판'을 달았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권리까지 제약받아야 하는가.
정작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이 제도의 유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한경연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일요일에 전통시장 식료품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고, 그 수요는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대형마트의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프라인 전체가 침체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상황을 직시하고 규제 방식의 유연화에 나섰다. 대구를 시작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여러 매장이 이미 평일로 의무휴업일을 전환했다. 갈등과 반발 속에서도, 지역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규제의 전면 폐지가 아니라, 현장에 맞는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여당 소속 한 국회의원이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당론도 아니고, 당장 통과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적 행보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집권 초기에 경기 진작과 내수 회복을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상생을 위한 규제라면, 그 상생의 주체가 누구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진짜 '을'의 생계를 지키려면, 낡은 틀을 유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시장이 바뀌었고, 소비자도 바뀌었다. 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상생은 구호가 아닌, 현실과의 조율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