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 눈] 기가 막힐 臺 최고 기업 연봉 수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503010001185

글자크기

닫기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05. 03. 17:51

원래 대만 최저임금 살인적
중국보다 높지 않은 수준
TSMC 美 파견 직원 연봉도 경악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대만은 한국을 라이벌로 생각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경제체라고 단언해도 괜찮다. 최근 수년 동안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도 한국과 경쟁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lip20250503174534
대만 최고 기업인 TSMC 입사 1년차의 연 평균 임금이 1만3000 위안(元·253만5000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중국의 한 유력 경제지의 보도.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그러나 이상하게 대만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은 형편이 없다. 2025년의 최저임금이 2만8590 대만달러(131만 원)로 지난해보다 겨우 4.08% 인상됐다면 굳이 다른 설명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라이벌인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보다도 결코 높다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만 정부에서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는다. 근로자들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임금에 불만이 많기는 해도 보다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노동쟁의 같은 것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그저 그러려니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기가 막힌 현실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타이지뎬臺積電)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와 독일 드레스덴 현지 공장에 파견할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확인됐다. 누가 보더라도 제시된 임금이 도무지 이해가기가 어려운 수준인 탓이다.

대만 산업계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3일 전언에 따르면 TSMC는 지난달 22일부터 영어와 독일어 구사가 가능한 어학 전문 엔지니어 채용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영어와 독일어 실력을 상당 수준으로 갖춘 이 고급 인력들에게 제시한 평균 연봉이 고작 75만 대만달러라는 사실이다. 법적 최저임금보다 겨우 2.5배가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생활비가 대만보다 훨씬 많이 드는 미국과 독일의 현실을 감안할 경우 정말 터무니 없는 임금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롄허바오(聯合報)를 비롯한 대만 매체들이 최근 "미국이나 독일에서 TSMC 엔지니어들이 이 임금으로 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지니어가 아니라 일용직을 파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비판에 나선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TSMC로서도 할 말은 있다. 지난해 해외 신 공장들이 거의 200억 대만달러 전후의 적자를 봤기 때문에 미국과 독일에 파견할 엔지니어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기가 막히게 흘러가도 TSMC의 직원 채용 공모에 응모한 이들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에 근무한다는 메리트와 향후 처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나름 강력한 경제체인 대만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실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