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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배우는 지역살리기…‘런케이션’, 교육·관광 넘는 상생 모델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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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5. 18. 16:23

경희대, 전공 연계 실무과제에 지역 문제해결 접목… 한 학기 15학점 인정
제주도, 글로벌 K-교육 거점 도약… 도내외 대학 연계 ‘지산학연’ 생태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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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호스피탈리티경영학과 3학년 홍성윤씨가 제주 대정읍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해 카페 판매용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지방 소멸과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학점과 체험을 연계한 체류형 교육모델이 대학 혁신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핵심 과제로 '런케이션' 사업을 본격화하고 전국 주요 대학들과의 협약을 통해 체류형 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희대학교가 운영 중인 사회혁신형 '런케이션' 프로그램은 배우고 실천하는 체류형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강의실을 벗어난 대학생들이 제주 마을로 들어가 주민과 함께 신메뉴를 개발하고 축제를 기획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경희대가 추진하는 모델은 '사회혁신'이라는 목적성을 결합해, 단기 체류가 아닌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경희대는 올해 제주 남원읍과 대정읍, 전남 영암군 등 세 곳에 14명의 학생을 보내 현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조리·외식경영, 미디어, 디지털콘텐츠, 연극영화, 컨벤션, 체육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약 한 달간 현지에 머물며 팀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한 학기 동안 교양 9학점, 전공 6학점 등 총 15학점을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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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생들이 제주 대정읍에서 '런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특산품을 활용해 개발한 음료와 디저트 메뉴. /김남형 기자
경희대 사회혁신형 런케이션 참가자들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와 음료를 개발해 현지 카페에 실제 납품하고, 마을 축제를 위한 홍보 영상과 브로셔를 제작하는 등 지역사회에 결과물이 상용화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마늘, 방울토마토 등 대정읍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음료가 카페에서 출시되기도 했다.

우대식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실무형 교육"이라며 "학생들이 강의실을 벗어나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행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정읍 홍보 영상을 직접 촬영·편집하고 있는 경희대 미디어학과 2학년 김승주씨는 "런케이션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돕는다는 소명으로 일하게 되는 경험이었다"며 "영상이 누군가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 깊은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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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생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작업실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옛날 사진을 영상으로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미디어학과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을 위한 스냅 사진 촬영과 초등학생 대상 교육 기부에도 참여했다. 흥산초 1학년생을 위한 진로 체험 수업, 주민에게 선물한 사진 액자처럼 따뜻한 실천이 마을 곳곳에서 이어졌다. 단순한 실습을 넘어 주민의 삶을 듣고 그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공감하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 교수는 "앞으로는 폐교 등 유휴공간을 활용한 런케이션 캠프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청년 정주와 지역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체류형 교육협력 모델은 제주지역 대학에서도 운영된다. 제주대는 오는 7월 미국 조지메이슨대 주관 하계학기를 교내에서 운영한다. 한국어 교육, 제주의 자연유산 탐방, 문화체험 강좌 등이 마련되며 참가자에겐 기숙사비와 체제비 등이 지원된다. 제주대는 프린스턴대,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등과 협약을 맺고 여름 계절학기에 해외 대학생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제주한라대는 자체 런케이션 브랜드 'RISE'를 중심으로 실습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승마장과 해양레저센터, 관광호텔 실습관 등 보유 인프라를 활용해 관광·레저·AI·푸드테크 융합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외 학생, 연구자,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숙사·연수원도 개방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글로벌 K-교육·연구 런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며 "교육은 교실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 누구나 어디서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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