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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대통령, 필리핀 중간선거 참패…부통령 탄핵 책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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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5. 19. 15:32

PHILIPPINES ELECTIONS <YONHAP NO-5662> (EPA)
지난 12일 치러진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당선자들이 17일 당선 인증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필리핀 정국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오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필리핀 현지매체 인콰이어·래플러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치러진 중간선거(총선·지방선거)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12명의 상원의원 당선자를 발표했다. 압도적 승리를 기대했던 마르코스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친(親)두테르테 의원들이 약진했다.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해 선출하는 상원의원은 필리핀 국민들의 여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필리핀에선 일반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선출되는 상원 의원 후보의 지명권 대부분을 확보하고, 대통령의 지지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선 그렇지 못했다. 마르코스 대통령 연합에 속한 당선자들은 5명에 불과했다.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마르코스 대통령의 권위와 정책 추진에도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당장 오는 7월 실시될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에는 전체 24명의 상원의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최소 9명의 상원의원이 찬성해야 하는데, 남아 있는 기존의 상원의원 중 최소 2명은 사라 부통령의 편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여러 의원들도 '잠재적 동맹'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사라 부통령이 그래도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망스러운 중간선거 성적표에 마르코스 진영에선 책임공방이 오가고 있다.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로 친(親)마르코스 연합 '알리안사' 캠프 총괄을 맡았던 토비 티앙코가 중간선거 패배 책임을 사라 부통령 탄핵 추진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현지매체 래플러는 이 같은 주장이 지난 3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체포된 것이 여당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었다는 기존 여론조사와 분석과는 대조된다고 짚었다.

문제는 사라 부통령의 탄핵을 이끈 것 역시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인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이란 점이다. 로무알데스 의장은 비난에 직접 대응하진 않았지만 측근들이 곧바로 "사라 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하원의원 115명 중 100명이 재선에 성공했고, 두테르테 가문의 텃밭인 민다나오에서도 탄핵 찬성 의원 44명 중 36명이 살아남았다"고 반박했다.

티앙코 총괄은 한술 더 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고 동료 의원들이 허락한다면 의장직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인사들은 로무알데스 의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티앙코 총괄과 마르코스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현지매체 래플러는 티앙코 총괄과 로무알데스 의장의 공방이 "일종의 연막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가 중간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순간 곧 마르코스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그 후폭풍에서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다. BBC는 마르코스·두테르테 양측 모두 상원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막후에서 맹렬한 로비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필리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이 이렇게 심하게 다툰 적이 없다. 올해는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라 전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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