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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경제대통령이 갖춰야할 삼박자…경제관, 실천력,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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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19. 18:01

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18일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분야 TV토론이 있었다. 유권자들로서는 우리 경제를 재도약시킬 훌륭한 경제 대통령을 뽑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가 이런 국민들의 소망을 충족시켜 줄까. 바로 올바른 경제관, 강력한 실천력, 올곧은 도덕성 이 삼박자를 모두 갖춘 후보를 골라야 한다. 상대적으로 누가 가장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우선 올바른 경제관이 중요하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천재 경제학자 바스티아의 '깨어진 유리창의 오류' 이야기를 음미해 보면 된다.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칼럼 ''깨어진 유리창'의 기회비용과 예산의 조기집행'(아시아투데이, 2015.1.5.)에 있다. 요지는 이렇다. 가게 유리창이 깨지자 돌팔이 경제학자가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깨진 유리창을 갈기 위해 새 유리창을 주문하면, 돈을 받은 유리 제조업자가 다시 그 돈을 쓰고 또 이 돈을 받은 사람이 또 돈을 쓰는 과정이 이어져 수요가 파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런 돌팔이 경제학자의 처방에 따르면, 우리는 유리창을 깨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진정한 경제발전의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당장 유리창을 갈기 위해 쓴 돈을 양복을 사는 데 썼다면, 비슷한 수요 창출 과정이 나오지 않는가.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유리창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인력이 다른 재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게 아닌가. 유리창이 깨진 만큼 국부가 줄어든 것이 상식과 경제 원리에 맞는 이야기이고 이 돌팔이 경제학자의 말은 궤변이 아닌가.

흥미롭게도 18일 대선후보 경제분야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펑크 낸 호텔 결제' 모델이 논란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군산 유세에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고 했다.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아 떠나더라도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텔에 예약된 방은 누군가가 사용할 수 없게 됐고, 10만원을 환불받으면 줄줄이 쓴 돈을 물려야 하는데 어떻게 이것이 경제가 더 잘 돌아가게 만들었다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날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이런 모델 작동한다면 너무 쉽다. 지자체장이 법인카드 들고 소고기 결제, 과일 결제를 한 다음에 나중에 취소하면 동네 경제가 돈다는 얘기"라고 비판한 게 아니겠는가. 이재명 후보는 나중이라도 시간을 내어 바스티아가 저술한 '법'이라는 책을 꼭 한 번 정독해 보기 바란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TV토론 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경제공약을 발표하면서 무엇보다 우리나라 장기적 저성장의 원인이 구조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규제들을 갈아엎겠다고 했다. 기업들이 훨훨 날게 해서 이들이 더 과감하게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규제혁신을 전담하는 규제혁신처 신설 방안도 내놓았다. 과거 KDI에 재직하셨던 유정호 박사가 꾸준히 제안했던 방안인데 김 후보가 공약 속에 넣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일수록 고용 성적도 좋은 것을 보면 '고품질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인 것도 경제학적 상식도 부응한다.

올바른 경제관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올바른 경제관을 실천해 낼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천의지와 능력'이 두 번째 조건이다. 야구선수가 공을 보는 선구안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구안이 좋아도 공을 쳐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훈련 그리고 실전 경험, 현장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청사진을 잘 그려도 실행력이 없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해진다. 김문수 후보가 GTX, 평택 삼성반도체단지, 판교벤처단지, 파주 LG디스플레이 같은 곳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낸 것은 그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 경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도덕성'이다. 베네수엘라 차베스는 멀쩡한 석유회사를 국영화시켜 거기서 나오는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런 포퓰리즘이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기에 이는 올바르지 못한 '경제관'을 실천한 경우다. 반대로 국영가스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서 방만한 경영으로 밑 빠진 독처럼 국민의 혈세를 마구 빨아갈 때 이를 '민영화'시키는 정책은 올바른 경제관이다. 그러나 만약 푸틴과 같은 최고 권력자가 '도덕성' 결여로 그 가스 회사를 자기 친구로 하여금 지배하게 하고 정기적 상납을 받는다면, 오히려 민영화 이전보다 가스가격이 대거 비싸질 수도 있다. 혈세를 아끼게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이 치솟는 가스가격에 고통을 당한다. 그래서 '도덕성'도 훌륭한 경제 대통령이 가져야 할 자질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대미통상 문제가 우리나라의 경제 현안임을 고려하면 누가 미국과의 최선의 협력을 이끌어낼 것인지도 하나의 기준이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봉쇄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경제와 안보가 함께 묶여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한미 간 신뢰를 강화해야 경제도 잘 풀어갈 수 있다. 1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김문수 후보를 초정해서 간담회를 가진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기를 바라는 유권자들로서는 후보들 가운데 누가 올바른 경제관, 강력한 실천력, 올곧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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