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콜센터 연계 정황…경찰, 피싱범죄 전담수사팀 투입해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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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찰청은 이 같은 사기가 단순한 예약 취소를 넘어 대리구매를 유도한 뒤 금전을 편취하는 전형적인 사이버 금융사기의 일환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는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를 집중 수사관서로 지정해, 노쇼 사기를 피싱 전담팀이 수사 중이다.
'노쇼 사기'는 일반적으로 2단계 구조를 따른다. 1단계에서는 대규모 물량이나 단체 예약을 요청하며 신뢰를 쌓고, 2단계에서는 피해자가 취급하지 않는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를 통해 대금 송금을 유도하고, 이후 연락을 끊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기범이 대선 캠프 관계자를 사칭해 식당에 회식 예약을 요청한 후 '행사 때 고급 와인이 필요하다'며 지정된 와인업체에 대신 주문해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위조된 명함, 사업자등록증, 공문서 등이 사용된다.
이 같은 사기는 자영업자의 구조적 취약점을 파고든다.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 관공서와 정당이라는 권위와 신뢰 이미지, 그리고 음식 등 제작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맞물려 피해를 키운다.
노쇼 사기는 피해금 환급도 쉽지 않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이 기관사칭형·대출형 피싱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상대방이 제시한 연락처가 아닌, 해당 기관의 공식 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하며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물품의 대리 구매 요청은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경찰청은 오는 6월 30일까지 '피싱·투자사기·불법대부업 범죄 특별 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민생침해형 사이버 사기 조직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으며, 이후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노쇼 사기 수법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놓여있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대량 주문을 통해 현혹하고 공범들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범행에 빠져들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이 정교하다"며 "무엇보다 비대면은 모든 것이 가짜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