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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파주시 금릉역 중앙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후보는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구조를 바꾸겠다"며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했다. 궁극적으론 주 4.5일제를 넘어 주 4일제를 도입하겠다고 얘기했다. 지난 2023년 기준 한국 임금 근로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717시간보다 157시간이 많았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으로 환산하면 한 달을 줄여야 한다.
이 후보 공약을 실현하려면 법정 근로시간을 주 36시간(4.5일제) 또는 32시간(4일제)까지 대폭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의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공약을 두고 지난 18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업들에게 비용을 다 떠넘기겠다는 것이냐. '어떻게'는 빠져있고 그냥 하겠다는 말만 하니 사이비종교처럼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노사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주52 시간제 완화'를 공약했다. 반도체나 게임산업 연구개발(R&D)직처럼 특정기간 집중근무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주52시간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도 법정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나흘은 1시간 더 일하고, 금요일 등 하루는 4시간 일찍 퇴근하는 '유연 근무' 방식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안에 비해 기업들 부담을 한결 줄이는 방안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중소 제조업, 일용직 노동자처럼 적어도 주 5일은 꼬박 일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이마저도 수용되기 어렵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현실성 있는 방안이 아니다. 지난 2023년 간호사 5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은 임금 10%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게다가 6000명 간호사 전체로 확대하려면 임금을 최대 30% 삭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그만큼 병원에 손실이 발생해서 이 제도가 유지될 수 없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슬란드처럼 근로시간을 단축하고도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유연근무제 등 노사가 합의하는 노동개혁부터 실행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