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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새로운 권력이여 ‘달걀’제대로 만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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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22. 07:47

GTX로 삶의 질 획기적으로 높아져 단 수도권 집중화 우려
균형발전 잊어선 안돼, 후손에게 짐만 주는 못난 조상되지 말아야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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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건설부동산부장
"내가 죽으면 서울로 출퇴근하다 죽은 줄 알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中

혁명이다. 삶의 질이 급격히 좋아졌다. 높은 비용을 치르지만 그 값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바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얘기다.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낀다. 출퇴근이 정신과 육체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를...서울사람 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난다. 시간 뿐이랴.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인간혐오와 인내력 테스트를 강요받는다. 그럴 때마다 서울에 터를 잡지 않은 게 천추의 한으로 밀려온다.

그런데...GTX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있다.

파주, 동두천, 춘천, 이천, 원주. 20세기만 해도 가려면 반나절이 걸렸던 외곽지역이지만 출퇴근도 가능해진다. 역 인근의 집값 상승은 보너스다. 설움 받던 경기도민의 울분을 달래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선 GTX로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바로 수도권 과밀화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와 수도권의 부흥은 지방소멸로 연결되는 중이다.

GTX는 서울과 위성도시로의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인구의 핵심인 일자리 역시 몰린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지고, 지방에는 갈 수도, 가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GTX를 통해 놓쳤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다.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로 구성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노른자가 점점 커져 흰자는 흔적만 남는 중이다. 올바른 계란이라 할 수 있을까?

GTX는 환영받아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돼야 한다. 다만 계란의 절반을 구성하는 흰자들에 대한 대책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차기 대통령실은 용산? 청와대? 세종? 어쨌든 서울이 아닌 곳으로 옮기는 게 균형발전에 자그마한 주춧돌이라도 될 수 있다 생각한다. 국회도 같이 가면 더 좋고...

정약용은 1801년 유배를 가면서 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우리나라는 서울 문밖으로 몇십리만 떨어져도 원시 사회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서울공화국의 폐해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왔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누구든 소외돼선 안된다. 이는 차기 정부의 지상과제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한민국, 대한민국=서울이 되는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노른자만 있는 달걀은 우리 뿐 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목까지 막히게 한다. 인정하자. 586(누릴 거 다 누리고도 기득권을 절대 놓지 않는 세대), 영포티(젊은 사람을 잘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중년)로 대표되는 우리는 후손들에게 99개의 짐만 떠넘기는 못난 조상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한 번의 희생쯤은 감내해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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