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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트렌드는 ‘조합원 100% 한강 조망’?…건설사들 수주 전략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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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5. 22. 15:16

포스코·HDC현산, 용산정비창 조합원 100% 한강 조망 제시
삼성·DL도 한남뉴타운·신반포4차 수주에 동일 조건 내걸어
기존 브랜드·특화 설계에서 조합원 혜택으로 전략 변화
"조망권 개념 모호…맹신 말아야"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왼쪽부터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각각 제안한 사업 조감도./각 사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한강 조망권 보장'이라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 브랜드 경쟁이나 무상지분율, 설계 특화 중심이었던 수주 전략을 이제는 조합원 개별 혜택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알짜' 입지로 꼽히는 한강변 정비사업 단지에서는 아예 조합원 모두에게 한강 조망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되고 있다.

건설원가 상승과 금융환경 악화 등 여파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선별적으로 참여하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입지에 '올인'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한강 조망권의 정의가 모호한 만큼, 조합원들이 과도한 홍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나란히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 제공'을 핵심 사업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구역의 사업비는 약 1조원 규모로, 다음 달 중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글로벌 건축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파노라믹 파사드, 크라운 타워 등 창의적인 설계를 적용함으로써 한강 조망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안인 524가구보다 76가구 많은 600가구 규모의 한강 조망 설계를 제안했다. 이들 가구를 스카이라인 커뮤니티 위에 배치하고 조합원 전원에게 동·호수를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용산구 한남4구역과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 사업지에 '조합원 전원 100% 한강 조망 확보'를 제안하며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DL이앤씨도 최근 용산구 한남5구역 수의계약 수주를 위해 조합에 조합원 가구 수(1543가구)를 웃도는 1670가구 한강 조망을 약속한 바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 보장 마케팅'이 향후 격렬한 수주전이 펼쳐질 성수전략정비구역, 압구정 일대 등 서울 주요 한강변 정비사업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 구역은 입지 자체로 이미 사업성이 높고 조합원들의 기대 수준도 상당하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 무상지분율, 특화 설계 등을 넘어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근래 정비사업 시장에서 조합원들의 대형 건설사 간 브랜드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한강 조망권이 자산 가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한강 조망 설계 니즈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망권 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강 조망권 100% 보장'이라는 표현 자체가 실제로는 정량화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흔히 한강 조망권을 갖춘 집이라고 한다면 통창 너머로 한강이 드넓게 펼쳐진 뷰를 상상하기 쉽다"며 "하지만 아주 좁은 시야라도 한강이 일부라도 보이면 조망권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강 조망권은 입지와 고도, 동 배치, 조망 각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서는 '100% 보장'이라는 표현의 실체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실제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망권은 결국 설계와 지형 조건의 산물인 만큼, '전원 조망'이라는 표현이 항상 모든 가구에 동일한 가치를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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